"나라 위해 싸운 백골병단 기억해줬으면…"

"국가를 위해 전쟁에서 싸웠던 걸 인정받는 데 61년 걸렸습니다. 22세였던 저도 83세가 됐고, 647명이던 전우도 25명 남았지요. 자신의 존재는 국가가 온전할 때 인정받는 것입니다. 잊혀서는 안 될 우리의 역사를 남기기 위해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전인식(83) 육본직할결사대전우회 회장은 24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백골병단의 발자취' 출판기념회장에서 이같이 말했다.

육본직할결사대는 백골병단의 정식 명칭이다. 한국군 최초의 특수 유격부대인 백골병단은 1951년 각 지역에서 뽑힌 20대 청년 700여명으로 구성돼 북한의 빨치산 작전처럼 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복귀 후 그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잊혀 제대로 된 군번이나 참전 기록도 없이 60여년을 살아야만 했다. 이 책은 6·25전쟁 참전기와 그 경력을 인정받기 위해 발로 뛴 60여년의 세월을 기록한 것이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6·25 참전 장성 10여명과 육군 특전사 소속 현역 장교 10여명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전 회장은 "전쟁터에서 싸웠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대통령과 국방부 앞으로 보낸 '병적 확인 요청 탄원서'만 200여통에 이른다"며 "이제 정식 군번도 받았고, 전역식도 했고, 6·25참전유공자증서도 받았고, 훈장도 받아 마지막 한을 풀었으니 이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에는 백골병단 설립과 활약상 등이 담겨 있다. 1951년 1월 결성된 백골병단은 20일간의 특별 교육 기간에 북한군 침투 활동에 필요한 북한군의 군사 노선과 이북 사투리까지 배웠다. 전 회장은 "급하게 배운 이북 사투리로 북한군을 속여 1급 기밀문서를 빼낸 적도 있다"고 했다. 이들은 북한군 지도부 13명을 생포하기도 했다. 이런 전투 속에서 부대원 364명이 죽고 283명만 남았다.

하지만 귀환한 이들에게 영광과 명예는 없었다. 창설 당시 유격부대라는 특성상 군은 이들에게 임시 군번만 부여했고, 정식 기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대원들은 군대도 두 번 가야 했고, 한 대원은 간첩으로 몰리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살아남은 대원들은 자신들의 군 경력을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6·25전쟁 기록을 검토하며 자신들이 나온 부분을 찾아야 했다.

군 생활을 두 번 한 차중찬(79)씨는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불명예스럽고 억울하긴 했지만 '왜 내가 군대를 두 번 가야 하느냐'고 불평한 적은 없었다.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나라가 부르면 언제든 간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백골병단 출신인 송세용(80)씨는 "국민이 나라를 위해 싸우도록 하기 위해서는 나라도 국민의 명예를 지켜줘야 한다. 책 부제가 '61년을 기다린 영광'이다. 우리를 교훈 삼아 앞으로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국민을 국가가 먼저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