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역시 불황에 강하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강남역 3~6번 출구 일대는 인파로 붐볐다. 작년 10월 강남역과 경기 분당신도시 정자역을 잇는 신분당선이 개통하면서 양재역 방면으로 새로 생긴 지하철 출구다. 원래 이 일대는 퇴근길 직장인들을 주로 볼 수 있었지만 신분당선이 들어서면서 20·30대 젊은 층 유동인구도 크게 늘었다. 개통 후 6개월 동안 대로변 1층 점포는 임대료와 보증금도 10~30%쯤 올랐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지만 지하철 역세권은 불황에도 강한 모습이다. 상가는 탄탄한 유동인구가 뒷받침되고 주택은 출퇴근이 편리해 직장인들의 거주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 개통한 지하철 역세권은 새로운 부동산 수요가 창출되면서 주목받는다.

올 하반기 수도권에서 개통되는 주요 지하철과 철도는 분당선 연장선 왕십리~선릉 구간(10월 개통)과 용인 기흥~수원 방죽 구간(12월 개통), 지하철 7호선 인천 부평구청~서울 온수 구간(10월), 경의선 서울 은평구 디지털미디어시티~서울 마포구 공덕 구간(12월) 등이다.

지하철 개통은 주변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한다. 상업시설의 경우 예전보다 유동인구가 늘어 임대 수익률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 주택시장에서도 출·퇴근 직장인 등을 중심으로 매매·임대 수요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그동안 지하철이나 철도 개통은 집값 상승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서울 2654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값을 조사한 결과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부터 올 10월 중순까지 서울지역 평균 집값은 2.1% 떨어진 반면 지하철 2호선 역세권 주변 아파트는 0.8% 올랐다.상대적으로 불황에 더 강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리서치센터장은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이 많은 젊은 직장인이나 신혼부부, 독신자 등이 선호한다"면서 "역세권이냐 아니냐가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역세권 아파트는 시세도 일반 아파트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부동산114가 서울 아파트 148만여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역세권 아파트의 3.3㎡당 매매가는 1631만원으로 비역세권(924만원)보다 1.7배가량 높았다.

서울시내 주요 5개구 대상으로 역세권과 비역세권 아파트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더욱 확연하다. 마포구의 경우 역세권 아파트의 3.3㎡당 평균 시세(1523만원)가 비역세권(442만원)보다 3.4배나 비쌌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으면서 기업이 많고 상권이 넓게 형성된 강남구에서는 '역세권 프리미엄'이 가장 높았다. 강남구 역세권 아파트는 3.3㎡당 평균 2789만원, 비역세권 아파트는 1236만원으로 격차가 1500만원을 넘었다.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비역세권보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역세권 아파트를 택하는 게 좀더 현명한 전략"이라며 "처음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소비자일수록 역세권을 고르는 게 환금성이나 임대 수요 확보 측면에서 안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 여파로 최근 새로 개통된 지하철 역세권 지역의 경우 집값보다 전세금이 오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집을 사겠다는 실수요자나 투자자보다 교통 편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세 수요자들이 더 많이 몰리기 때문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전세금이 오르면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완충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역세권 아파트 시세는 상대적으로 더 안정세를 보인다"면서 "환금성도 상대적으로 좋아 역세권 중소형 아파트는 불황에 강한 상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