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생산 더 늘려… 中서 빛난 정몽구式 역발상

"중국시장은 현대·기아차의 미래를 결정짓는 최대 승부처가 되고 있다. 올해 중국 판매 목표인 100만대를 반드시 달성해 중국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0년 4월 기아차 중국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100만대 목표를 제시했다. 그해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103만6000대를 팔았다. 2002년 말 중국에 본격 진출한 지 딱 8년 만이었다. 그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현대차는 지난달 연산 40만대 규모의 중국 3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각 30만대 규모인 기존 1·2공장과 합치면 연산 100만대. 현대차보다 17년 먼저 중국에 들어간 상하이 폴크스바겐이 25년 걸려 이룬 연산 100만대 체제를 10년 만에 이뤄낸 것이다.

정몽구 회장의 '중국 드라이브'가 화제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미국, 유럽 등지의 공장 증설 요구에는 '질적 성장'을 강조하며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그가 유독 중국에서는 '양적 성장'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 3공장 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기아차 중국 3공장을 착공했다. 이 공장이 2014년 완공되면 기아차도 연산 74만대 생산규모를 갖추게 된다. 현대·기아차를 합쳐 중국 174만대의 생산체제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25일 발표한 현대차 3분기 실적에서도 중국 공장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현대차는 지난 3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19조6456억원, 영업이익 2조558억원, 당기순이익 2조165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영업이익·순이익이 각각 3.6%·3.1%·12.9% 증가했지만 올해 2분기보다는 각각 10.5%·17.8%· 15% 떨어졌다.

반면 중국 공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 2분기 중국에서 18만7500여대를 팔았던 현대차는 3분기에 22만3300여대를 팔아 20% 가까운 성장세를 이어갔다. 현대차 측은 "해외 판매 호조와 수익성 향상으로 국내 시장의 부진을 만회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노조의 장기간 부분 파업과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비해 긴급 점검 회의를 가졌을 때 올해 429만대 생산목표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판단할 수 있었던 힘은 해외공장의 역량이었다. 그 중심에 중국 공장이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로 자동차 시장 성장세도 주춤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국가정보센터(SIC)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28% 성장해온 중국 자동차 시장이 2016년부터 2021년까지는 7%대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성장세가 둔화되더라도 중국 승용차 시장이 올해 1300만대에서 2015년 1822만대로 커진다는 데 정 회장은 주목하고 있다"며 "증산하지 않으면 현대·기아차 점유율은 현재의 절반인 5%대로 떨어지게 되고 중위권 업체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에 진출했던 2002년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거의 모두 진출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던 '레드오션'이었다. 정 회장은 세계 자동차 업체의 비웃음에 정면으로 맞서 '역발상' 전략을 펼쳤다. "중국의 싼 인건비에 기대지 않고 첨단 설비를 갖춰 자동화율을 높일 것, 대중차 시장을 겨냥해 쏘나타·아반떼 최신 모델을 투입할 것"이 핵심 지시사항이었다. 대중차에는 한물간 구형 모델을 투입하고 고급차 시장에만 전력을 다하는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되면서, 질 좋은 신형차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또 하나의 힘은 속도였다. 현대차는 2002년 하반기 중국 정부의 비준과 동시에 공장 전면 개보수 작업에 들어간 지 딱 2개월 만에 쏘나타 1호차를 생산했고, 진출 1년 5개월 만인 2004년 최단기 누적 생산 10만대를 돌파했다.

현대차그룹의 한 임원은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하는 정 회장의 '역발상 경영'이 중국시장에서 더 빛나고 있다"며 "'양적 성장' 기조를 지속적으로 밀어붙여 중국 선두 자동차 업체로서 위치를 굳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