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에 쓰레기 뒤질 때… 어머니가 나타났죠"

"고아원에 아이 72명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여섯 살이었죠. 우리를 돌보던 구호단체가 떠났습니다. 음식 없이 7~8달을 보냈어요. 시장으로 나가 쓰레기통을 뒤질 때, 그때 어머니가 왔습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열린 고(故) 임연심(61) 선교사 추모사업 기자회견장. 케냐 국영병원 의사 존슨 에키로(29)는 지난 8월 4일 케냐 현지에서 박테리아 감염으로 숨진 임 선교사를 줄곧 '어머니(mother)'라고 부르며 눈물을 훔쳤다. 존슨은 "어머니는 우리를 보고 먼저 울기부터 했다. '아이들이 먹을 것도 덮을 것도 없이 지내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울었다"고 했다. "어머니가 달려가서 빵을 사와 나눠주셨습니다. 피부색도 다른 사람이 이렇게 우리를 사랑하고 안아줄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천사가 사람들을 돌본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이 사람이 그 천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임 선교사는 독일 유학 중이던 1984년 선교사로 케냐 투루카나에 들어갔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의 후원을 받아 28년간 고아들을 먹이고 입히며 그들의 어머니로 살았다. 케냐와 에티오피아·수단의 접경지대인 투루카나는 가장 가까운 우물이 마을에서 4㎞ 밖에 있는 메마르고 황폐한 땅이다. 가난과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거리에 넘쳐났다. 임 선교사는 섭씨 4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를 견디며, 문맹률이 95%를 넘는 지역 아이들을 보살피고 가르쳤다. 그녀가 길러낸 아이들은 고교와 대학에 진학했다. 지금은 현지 교육청 공무원으로, 고교 교사로, 신학생과 의사로 살아가고 있다.

존슨은 "처음 러닝셔츠를 입혀준 이도, 신발을 신겨 준 이도, 내 손에 책을 쥐여 주고 읽고 쓰는 법을 가르쳐 준 이도 모두 어머니였다"며 "어머니는 음식을 할 때도 늘 동네 사람들을 다 불러다 먹였다. 나눠 주고 또 나눠 준 뒤에 남아야 자신이 먹었다"고 했다. "지금 있는 병원에서는 8시간 수술을 하고 나서 또 몰려오는 환자를 돌봐야 합니다. 힘들어도 계속 환자를 돌보는 마음은 어머니에게서 배운 것입니다. 어머니는 '제발 쉬세요' 하면 늘 '됐다 됐다 괜찮아' 하셨습니다. 그렇게 우리를 사랑해주셨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선교국장 안태경 목사는 "임 선교사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대학생 18명과 고교생 40명의 학비를 대줬다. 독신 여성 혼자의 힘으로 그 많은 아이를 돌본 것 자체가 기적"이라 했다.

임 선교사의 생전 소망은 투루카나 현지에 케냐 최고 수준의 사립 중·고교를 세우는 것. 부지는 이미 마련됐고, 여의도순복음교회가 12월 18일 학교 기공식을 가진 뒤 내년 10월 완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