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에 대한 갈망과 호기심이 내 영화의 원동력"

'올리버 스톤은 자신의 악마를 정복하지 않으면, 격발적인 성향과 대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연출을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배우 마이클 더글러스가 평전 '올리버 스톤'에 쓴 추천사이다. 그의 말대로 올리버 스톤(66) 감독은 폭력과 광기를 통해 인간의 어두운 본성과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쳐왔다. 자신이 경험했던 베트남전쟁의 참상('플래툰' '7월 4일생')부터 미디어의 폭력성('내추럴 본 킬러'), 금융 자본가들의 탐욕('월스트리트')까지 그의 작품들은 매번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신작 '파괴자들(Savages)'의 개봉(31일)을 앞두고 스톤 감독과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파괴자들'은 마약과 폭력으로 얼룩진 범죄세계를 그린다. 평화주의자 벤(애론 존슨)과 용병 출신의 촌(테일러 키치)은 캘리포니아에서 특A급의 마리화나를 재배해서 돈을 번다. 그러나 남미 최대 마약조직의 보스 엘레나(셀마 헤이엑)가 벤과 촌의 마리화나 사업을 가로채기 위해 이들의 여자친구 오필리아(블레이크 라이블리)를 납치하면서 이들의 일상이 걷잡을 수 없이 꼬인다.

스톤 감독은 '파괴자들'에 대해 "권력에 대한 이야기이고, 마약 문제로 왜곡된 삶이나 사회의 모습도 매력적이어서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했다. "이 영화는 (각각 미국과 이탈리아 출신으로 서부 영화를 만든) 샘 페킨파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스타일을 잇는 '현대판 카우보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명문 예일대 중퇴생인 스톤 감독은 베트남전 참전, 마약 흡입, 유대인 비하 발언, 이란 대통령에 대한 다큐멘터리 제작 제안 등 스스로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의 이런 인생과 영화의 관계에 대해 묻자 "논란거리를 찾아다닌 것은 당연히 아니다. 다만 내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걸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언행) 때문에 구설에 오르기도 하고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답했다.

"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감독들이 싫습니다. 제 작품을 다시 한 번 본다면 긴장감을 유지한 채 얼마나 잘 만들어진 작품인지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이 영화가 다루는 주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든 말이죠."

스톤 감독은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고, '플래툰'과 '7월 4일생'으로 각각 1986·90년에 아카데미 감독상·작품상을 받았다. 이후 'JKF' '닉슨' 등을 연출한 그는 "내가 속한 시대의 정신에 부합하면서 균형을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정한 사안이나 사람에 대한 감정을 가지고 대본 작업을 하거나 조사를 할 때 당연히 민감한 주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갈망과 호기심이 영화를 계속 만들도록 하는 원동력입니다. 모든 대상은 숨겨져 있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주 깊이 파야 하죠."

그러나 '알렉산더'(2004) '월드 트레이드 센터'(2006) 'W'(2008) 등 스톤의 최근작들은 예전만큼 강렬하지 않다는 평이다. 그는 "모든 영화가 새로운 경험이고, 작업을 할 때면 나 자신을 잊게 된다. 어느 누군가는 내가 참신성을 잃었다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나조차도 모른다"고 했다. "제 작품 스타일은 바뀌어 가고 영화의 색깔 또한 달라지고 있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저의 일부가 영화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봅니다."

미국에선 스톤이 연출해 다음 달 12일 방영되는 TV 다큐 '미국의 알려지지 않은 역사'에 관심이 쏠려 있다. 미국의 역사와 정치 문제를 논쟁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그는 "2차 대전에서부터 현재까지 미국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설명해야 할 책임을 느낀다. 한국 역시 현대사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을 젊은 세대에게 알려주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스톤은 두 번 이혼한 뒤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했다. 그는 "아내에겐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딸 역시 그렇다. 한국 문화를 각별하게 생각하고,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1990년대 말 '쉬리'를 통해 한국 영화를 처음 접했는데 굉장히 놀랐어요. 그 후에 본 '무사'도 폭력과 진실을 정확히 그린 영화였고요. 인간관계에 대한 감정이 배제된, 감각적이고 매력 있는 한국 영화의 날카로운 묘사가 인상 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