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기업 명성 위협하는 SNS 루머… 신속한 1차 대응이 판세 가른다

올 8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3000만명을 넘었다. 국민 5명 중 3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스마트폰과 실시간 연동되는 트위터·페이스북·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의 위력도 커지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효과적인 마케팅과 판매 기회로 잘 활용하는 기업도 많지만,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공들여 쌓은 기업 평판이 한 명의 '소셜미디어 저격수(sniper)'에 의해 일순간 무너질 수 있다. 글로벌 홍보컨설팅 기업 웨버샌드위크의 수석 전략가 레슬리 게인즈-로스(Gaines-Ross)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실은 '평판 전쟁(Reputation Warfare)'이란 글에서 동영상이나 글 하나로 기업을 위기에 빠뜨리는 사람을 '소셜미디어 저격수'라고 했다. 초등학생도 소셜미디어를 능숙하게 다루는 한국에선 회사 직원이든 불만 고객이든 누구나 소셜미디어 저격수가 될 수 있다. 어떻게 소셜미디어 시대의 위기에 대처할까.

대응 속도가 중요
"알칼리 환원수 유해" 방송, SNS 타고 일파만파 확산
1주후 반론 보도 냈지만… 매출  손해 돌이킬 수 없어

◇대응법 1: 완전함보다 속도가 더 중요하다

소셜미디어는 이슈가 세상에 전파되는 속도를 크게 단축했다. 최소 하루 단위로 측정했던 뉴스 주기도 시간 단위로 짧아졌다. 기업의 평판을 위협하는 이슈가 소셜미디어에 퍼진다면, 해명이든 사과든 신속한 1차 대응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은 공격을 받고도 '한 명이 올린 동영상인데 곧 잊히겠지', '추이를 보고 완벽한 대책을 세워 대응하자'는 생각으로 늦게 대응하기 일쑤다.

올 3월 5일, 한 케이블방송은 'L사의 C소주를 만들 때 쓰는 알칼리 환원수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내용을 방영했고, 이는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됐다. L사는 방송 1주일 뒤 동일 프로그램을 통해 반론 보도를 냈지만, 그 사이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방송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여 버렸다. 그 사이 C소주의 매출은 떨어졌고 경쟁 기업의 주가가 올라갔다. 뒤늦게 적극 해명 기사를 내보냈지만 손해를 되돌릴 수 없었다.

즉 완벽하진 않더라도 빠른 1차 대응이 중요하다. 2010년 2월, 미국의 소셜미디어에는 인구조사국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광고료가 비싼 수퍼볼 경기 중계에 인구조사 광고를 내보내기로 한 결정 때문이다. 인구조사국은 모니터링을 통해 이 상황을 즉각 파악하고 다음 날 "인구조사 응답률이 1% 증가하면 8000만~9000만달러의 예산이 절약된다"는 반박문을 퍼트렸다. 이틀 후에는 인구조사국장의 블로그에 상세 내용을 올렸고, 사흘 후 광고가 방송될 때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광고의 가치를 알렸다. 여러 채널을 통한 빠른 대응으로 비난을 잠재우고 자신들의 목적까지 효과적으로 알린 것이다.

기업 영향력 과시 땐 역풍
기업 보다는 개인에 동정표… 섣불리 법적 대응 운운하면 대기업 횡포라 비난 받아

◇대응법 2: 힘을 과시하기보다 인간적으로 대응하라

2010년 3월, 과자에서 나온 오랑우탄 손가락을 먹은 한 남자의 입 주위가 피로 물드는 동영상이 퍼졌다.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네슬레가 인도네시아 원시림을 벌목해 오랑우탄이 죽어간다'는 것을 알리려고 만든 것이었다. 네슬레는 신속하게 총력 대응했다. 동영상이 유포된 당일, 네슬레는 가처분 명령을 받아 유튜브에서 문제의 동영상을 삭제하고, 다음 날은 비난이 들끓는 네슬레 페이스북 계정도 삭제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더 반발했다. 기존 네슬레 페이스북의 75만명 팬은 안티로 돌변해 미리 다운받았던 동영상을 더 퍼뜨렸다.

올 4월, 국내 여행용품 전문 쇼핑몰 T사의 공식 트위터에 'J사의 유니폼 상의가 짧아 민망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자 J사의 한 임원이 '해당 글을 삭제하고 공식 사과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며 공식 사과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대체로 J사를 비난했다. '사소한 일로 소송 운운'하는 '대기업의 횡포'라고 비난한 것이다.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영향력을 행사해 소셜미디어상의 위기를 피해보려는 경향이 크지만 이런 행동은 역풍을 맞기 쉽다. 소셜미디어에선 약자를 동정하는 심리가 강하다. 기업과 소셜미디어 저격수 사이에 사건이 벌어질 때도 개인이 동정표를 얻는다. 따라서 기업은 자기 방어의 순간조차 힘을 빼고 인간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GGIM (Good Guy in Misfortune), 즉 원래 좋은 회사인데 운이 없었다는 인식을 얻는 게 중요하다.

잡아떼지 말고 정면 대응
기업이 먼저 소문 언급하고 공개 해명하는 것이 효과적
GE는 온라인 사이트 개설… 루머에 대한 입장 밝혀

◇대응법 3: 악성 루머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반박하라

악성 루머가 퍼지는 경우, 많은 기업은 사실무근이라고 잡아떼거나 아예 언급 자체를 회피한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서는 직접 대응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당사자인 기업들이 루머를 먼저 언급한 후 이를 공개 해명하는 것이 소문을 잠재우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A라는 루머가 있는데, 이는 루머에 불과하다. 진실은 B다'라고 반박해야 하는 것이다.

국내 최대 기업인 S사는 최근 '영업 이익의 대부분이 국내에서 발생한다'는 한 트위터의 글 때문에 순식간에 루머에 휩싸이며 지탄을 받았다. 이에 S사는 당일 트위터에 '영업 이익의 70% 이상이 내수에서 발생한다는 것은 사업보고서를 잘못 해석한 틀린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 다음 날 S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해당 루머가 어떻게 사실과 다른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결국 소문의 최초 유포자가 '자신의 어이없는 실수였다'며 '오해를 불러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해 사건을 일단락했다.

GE는 아예 소문에 대해 얘기하는 공간으로 'Facts & Fiction'이란 사이트를 운영했다. 이 사이트에서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루머를 공개적으로 신청받고 이에 대한 GE의 입장과 사실을 밝혔다. 해외 유수 기업은 M&A, 파산 등의 루머에 휩싸일 때 일시적으로라도 이런 사이트를 운영한다. 루머를 공식화해 잠재우는 대응책이다.

결론적으로 소셜미디어 특징과 사용자들의 성향을 고려한 '최대한 빠르게, 하지만 인간적으로, 루머일수록 공개적으로!'란 원칙을 견지할 때, 소셜미디어 저격수로부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