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0.31 09:32

BUSINESS

지난 10월 25일, GWP코리아가 주관하고 선정하는 ‘2012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시상식이 열렸다. 일하기 좋은 직장의 요건은 무엇일까. 직원들은 높은 급여, 다양한 복리후생제도 같은 조건보다 기업 내 ‘신뢰’를 우선시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내 상호 신뢰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경영자가 해야 할 역할은?

일하기 좋은 기업(GWP*)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것은 경영자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직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은 경영자의 직무다. 그렇지만 진정한 경영자가 되려면 맡은 직무와 역할만 제대로 수행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직원들에게 ‘나는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라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신뢰를 구축한다고 해서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초기에는 얼마만큼 효과를 가져오는지도 알기 어렵다. 직원의 신뢰도를 경영자가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처럼 명확한 수치로 가시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 장비에 문제가 있다면 불량 제품이 증가하거나 생산성이 저하될 것이다. 투자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회사의 수익률이 떨어질 것이다. 마케팅이나 영업에 문제가 있다면 시장점유율이 급락할 것이다. 대부분의 비즈니스 문제는 대체로 일이 벌어지기 전에 예측할 수 있는 반면 신뢰는 예측할 수 없다.

물론 신뢰 없어도 사업을 계획할 수 있다. 직원들은 여전히 주어진 업무를 하며, 인사이동이 있으면 다른 사람의 업무를 인계받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신뢰도가 높은 회사만큼은 아니지만 신뢰도가 낮은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생산성은 유지되기에 경영자는 조직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신뢰가 줄어들거나 심지어 처음부터 아예 신뢰가 없었던 조직일지라도 경영자가 직원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인간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어렵듯 신뢰 역시 쌓기 어려운데, 특히 이를 잃고 난 뒤에 회복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다시 신뢰를 구축하기보다는 이미 구축한 신뢰를 돈독하게 다지는 편이 훨씬 더 쉽다.

신뢰·자부심·재미,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라

기업의 경영자라면 누구나 ‘어떻게 하면 훌륭한 회사를 만들까?’, ‘어떻게 구성원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마련이다. GWP 경영, 즉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구성원이 경영진이나 상사와의 관계에서 높은 신뢰(Trust)를 가지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 일이나 조직과의 관계에 강한 자부심(Pride)을 가지며, 함께 일하는 동료와의 관계에서 일하는 재미(Fun)를 느끼는 일터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신뢰는 믿음, 존중, 공정성의 세 가지 가치로 나눌 수 있다. 믿음은 부하 직원들이 상사와 경영진을 바라보는 관점이며, 존중은 상사나 경영진이 구성원을 대하는 자세다. 공정성은 상사와 경영진이 자신의 부서나 회사를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통솔하는 원칙이다. 자부심은 스스로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주변에서 그 사람의 업무에 대해 의미 부여를 해줘야 한다. 상사가 부하 직원의 업무를 하찮고 사소하게 보는데, 직원이 자신의 업무에 자부심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료 간의 일하는 재미도 마찬가지다. 위계 구조로 된 조직에서 수평적 관계인 동료들은 서로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단, 경영자와 상사가 그들이 즐겁게 일하고 서로 협력하도록 북돋우는 분위기일 때 가능하다.

리더십의 본질은 ‘섬김’이다

사람들은 경영자를 ‘이끌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번트 리더십>의 저자 로버트 그린리프는 경영자는 무엇보다도 자신이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먼저 봉사함으로써 임직원을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다.

섬기는 리더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닌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직원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공감하며, 관계에서 발생한 상처를 치유하고, 다양한 상황을 보다 통합적이고 전체적인 시각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의사를 결정할 때 권위가 아닌 설득을 바탕으로 상대방에게 확신을 주고, 비전을 갖고 조직관리를 하며, 미래에 대한 예지력이 뛰어나고, 임직원이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또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조직의 경영자가 어떤 경영자인지 궁금하다면 그들의 지원을 받는 직원들을 보면 된다. 직원들이 인격적으로 성숙해가는지, 건전하고 현명해지는지, 보다 자율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게 되는지 그리고 직원들 스스로 그러한 경영자로 성장해가는지를 말이다.

*GWP는 ‘Great Work Place’의 약자로 일하기 좋은 직장을 뜻한다. 미국에서는 ‘Great Place to WorkⓇ(GPTWⓇ)’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2012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일하기 좋은 기업(GWP, Great Work Place)이란 조직 구성원이 상사와 경영진을 신뢰하고, 자신의 업무와 조직에 자부심을 가지며, 강한 동료애로 재미있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을 말한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인 <포춘>은 1998년부터 매년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선정, 발표하고 있다. 이는 신뢰경영을 실천해 일하기 좋은 기업 문화를 쌓아가는 회사를 선정하는 제도로 유럽연합·중남미·중국·일본 등 전 세계 45개 국가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한국에서는 2002년부터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선정해왔으며, 올해로 11회째를 맞았다.

직원의 경쟁력이 기업 성과 창출의 핵심 요소

GWP코리아(대표 지방근)가 주관하고 선정하는 ‘2012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은 제조 부문, 판매·유통 부문, 일반 서비스 부문, 금융 부문, 외국계기업 부문, 공공 부문 등 총 6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되었다. 그 결과 글로벌 GPTW 대상에는 (주)KT가, GWP신뢰경영 대상은 한국남부발전이 수상했다.

신한은행, 현대해상화재보험, LG화학의 3개사가 5년 연속 대상을, 부산은행, 한국마즈 등이 3년 연속 대상을 수상했다. 이 외에 74개 기업이 본상, 대상, 특별상 등을 수상, ‘2012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되었다.

한편 최고경영자상은 이상호 한국남부발전 사장, 장태평 한국마사회 회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신헌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김용성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 김춘선 인천항만공사 사장, 강정태 로이포스 대표이사, 김광호 한국마즈 대표이사가 각각
수상했다. 최고경영자상은 평소 탁월한 리더십과 높은 사명감으로 훌륭한 일터 구현을 위한 혁신적 경영철학을 확산ㆍ보급하여 산업 발전에 기여한 CEO에게 주는 상이다.

올해 수상 기업의 특징은 첫째, 직원 간의 신뢰 형성만이 아닌 기업 경영의 총체적 가치인 비전·인재관리·기업 문화라는 광의의 GWP가 핵심 경쟁력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기업 문화 활동을 다양화, 구체화했다.

둘째, CEO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졌다. GWP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CEO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상 기업의 리더를 보면 구성원이 조직의 업무를 수행할 때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도록 장애가 되는 요인을 없애주고자 노력했다.

셋째, 제조 부문과 공공 부문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74개 수상 기업 중 제조 부문 32개사, 공공 부문 14개 사에 달했다.

넷째, 중소기업이 30곳이나 선정되었다. ‘2012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된 기업들은 회사의 크기나 직원 수, 매출 규모에 상관없이 일터의 경쟁력을 내부에서 찾고 있으며, 특히 직원의 경쟁력을 기업 성과 창출의 핵심 요소로 여겨 이들의 잠재력이 최고로 발휘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가꾸어가는 공통적인 특성을 보였다.

일하기 좋은 기업 선정 기준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선정 제도는 내부 고객 관점의 세계 유일의 진단ㆍ평가 제도로 총 3차에 걸친 심사 과정으로 이뤄진다. 1차 심사인 신뢰지수 조사는 총 57개 객관식 항목으로 이루어지는데 조직 구성원이 상사와 경영진, 업무와 조직 그리고 동료 간 ‘관계의 질’을 진단한다.

신뢰지수는 신뢰, 자부심, 재미의 영역으로 구분해서 평가한다. 1차 심사인 신뢰지수는 일하기 좋은 기업 선정에서 가장 큰 부분으로 100점 만점 기준에 56%의 비중을 차지한다. 2차 심사는 실제 기업 문화를 주도하는 조직 구성원들이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작성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전반적인 기업 문화를 판단하는 지표로 삼는다.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선정에서 100점 만점 기준에 11%를 차지한다. 3차 심사는 고용, 격려, 말하기, 듣기, 감사, 개발, 돌봄, 축하, 공유, 통합 등 각각의 평가 항목에 따라 기업을 심사하며, 100점 만점 기준에 33%를 차지한다.
문의 GWP코리아(02-574-7383)


참고 도서 | <신뢰받는 기업의 조건>(좋은책만들기), <최고의 직장>(위즈덤하우스), <훌륭한 일터 GWP>(넥서스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