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부르는 노래가 그 사람을 말해주는 경우가 있다. 그가 어떤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지, 무엇에 마음을 빼앗기고 또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3~4분에 지나지 않는 짧은 노래 속에 그 모든 것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각계 5인의 명사에게 물었다. 당신의 애창곡은 무엇인가.
이경철 숙명여대 사회교육대학원 골프매니지먼트 교수
애창곡 |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 노래는 결국 추억 아닌가. ‘내 사랑 내 곁에’는 대학 시절 선후배, 동기들과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즐겨 부르던 노래다. 1980년대 중반, 나라 안 정세가 흉흉하던 그 시절엔 이처럼 구슬픈 노래들이 유행했다. 양희은, 김현식, 유재하…. 가수 김현식은 당시 골방처럼 작은 소극장에서 통기타를 치며 콘서트를 열고는 했는데, 한두 번 그의 공연장을 찾은 적이 있다. 공연 뒷풀이에서 그와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값진 추억이다.
특별한 이야기
지금은 노래 부를 일이 거의 없지만 30대 때만 해도 많이 불렀다. 김현식이나 유재하의 곡을 특히 좋아한다. ‘내 사랑 내 곁에’ 같은 곡은 내게 노래이기 이전에 추억이다. 내 또래는 모두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니, 내가 그 노래를 부를 때면 함께 따라 부르고는 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결국 가장 아름다운 건 추억인 것 같다. 내가 또 워낙 노래를 잘하기도 한다. 한번 불렀다 하면 기립박수 받고 그러니까…(웃음).
조현종 (주)샤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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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창곡 | 자우림의 ‘하하하송’
40대 후반의 남자들이 흔히 부르는 노래가 무척 지겨웠다. 뭔가 객석이 환호하는 분위기를 원했다. 근사하게 폼 잡고 부를 만큼 가창력이 좋은 편도 아니어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순간이 오면 항상 고민하게 됐다. 그러다 만나게 된 곡이 ‘하하하송’이다. 가창력과 상관없이 열심히 뛰어다니며 부르기만 하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노래다. 부를 때마다 나 스스로도 무척 즐겁다.
특별한 이야기
‘하이서울 공동 브랜드 대표자 협의회’라는 경제인 모임이 있다. 주로 40~70대의 유명 업체 대표이사들이 모이는 모임이다. 그곳에서도 나의 깜짝 선곡은 역시 ‘하하하송’이었다. 그러자 모든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고 함께 웃으며 따라 부르는 것이었다. 나에게 이 노래는 신나는 감동 그 자체다.
한복선 한복선식문화연구원 원장
애창곡 | 윤석화의 ‘봄날은 간다’(영화 <봄, 눈> 삽입곡)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를 최근 영화에서 윤석화가 다시 불렀는데, 그녀가 부른 버전을 좋아한다. 넋두리 같은 이 노래의 가사를 가만히 음미해보면 그 자체로 그림이 그려진다. 특유의 서정적인 무드 때문에 어떤 때는 눈물이 나기도 하는데, 우리네 인생 역시 이 노래처럼 슬픈 것이 아닐까 싶다.
특별한 이야기
고백하건대, 나는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다. 목소리 톤이 높아 으레 노래를 꽤 잘 부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음정이 불안정해서 헤매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노래 부르는 일에 자신이 없다. 젊은 시절에는 TV 노래자랑 프로그램 출연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눈물을 머금고 고사해야 했다. 하지만 노래에 대한 관심은 누구보다 많다. 가요뿐 아니라 민요도 좋아해서 경기민요를 배운 적도 있다. 소질이 전혀 없어 문제였지만(웃음). 노래 듣는 것도 좋아해서 <나는 가수다> <K팝 스타> 같은 프로그램은 꼭 챙겨 본다. 노래라는 것, 그 속에는 인생이 녹아 있다. 생로병사가 한데 깃들어 있다. 노래를 듣고 따라 흥얼거리다 보면 마음이 절로 청정해진다.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그룹 회장
애창곡 | ‘에델바이스’(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삽입곡)
일단 가사가 참 좋다. ‘언제나 활짝 피고 무럭무럭 자라나라(Bloom and grow forever)’는 구절이 있는데, 늘 가슴 뛰는 꿈을 가지라는 의미로 읽힌다. 그리고 에델바이스의 꽃말은 ‘소중한 추억’이다. 바로 우리 시니어 세대를 위한 것이 아닌가. 어린아이부터 나이 든 CEO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는 내 주제가로 제격이라 할 수 있다. 혹시라도 그저 그런 평범한 노래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가사를 꼼꼼히 읽고 감상해보길 권한다.
특별한 이야기
‘에델바이스’는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노래다. 아내와 첫 데이트를 할 때 이 곡을 불렀는데, 그 가사대로 사랑이 활짝 피고 무럭무럭 자라 이제 결혼 44주년이 되었다. 아내와 나는 지금껏 함께 리더십 코칭 강의를 하고 있다. 유학 시절 우리 부부의 사랑을 이어준 이 노래를 나는 요즘도 종종 부른다. 특히 회사에서 무거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돌아가면서 노래 한 소절씩 하자”고 권하고는 이 노래를 불러 직원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한다.
김영선 알앤엘바이오 스템셀뷰티사업부 대표
애창곡 | 조장혁의 ‘중독된 사랑’
참 분위기 있는 곡이다. 어느 자리에서 누군가 부르는 것을 봤는데, 너무 좋아서 열심히 연습했다. 그리고 노래를 불러야 할 자리가 생기면 이 곡을 부르곤 한다. 곡 자체가 워낙 깊이가 있기 때문에 가창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노래 잘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특별한 이야기
2000년대 초 화장품 사업을 처음 시작한 무렵, 10명 미만의 직원들과 자주 회식을 하고 노래방도 가면서 이 노래를 즐겨 불렀다. 이후 회사 규모가 커지고 점점 바빠지면서 노래 부를 기회도 많이 줄었다. 어쩌다 회식을 해도 대표는 되도록 빨리 빠져주는 게 예의 아닌가(웃음). 요새는 1년에 한두 번 각계 대표이사 모임에서 부르곤 하는데, 그때마다 이 노래는 인기 만점이다. 그런데 2000년대 초, 그러니까 내가 30대 초반일 때 부르던 것과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요즘엔 이 노래를 부르면 고음 처리가 잘 안 된다. 한 번 부르고 나면 다음 날 목이 쉬어 일하기 힘들 지경이다. 이제는 내가 나서서 열창을 할 것이 아니라, 젊은 직원들이 부르는 신곡을 듣고 그들을 응원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아울러 부르기 쉬운 다른 애창곡을 하나 마련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