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조명이 켜지고 카메라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더욱 생기가 돈다는 경제 전문가이자 방송인 장철. 아저씨가 아닌 멋쟁이 중년 남성으로 살아가는 그는 스키니 진을 즐겨 입고, 유행 패션에도 과감히 도전한다. 단지 스타일만이 아니다. 가슴속에 품은 의지와 열정은 그의 삶을 청춘의 그것과 다를 바 없이 만들어주는 요소다.
장철은 펀드매니저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경제연구소, 한국금융연수원 등을 거쳐 한맥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로 재직 중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느낌은 영화감독 장진을 닮은 생김새의 영향도 있겠으나, 사실 그는 방송 경력 15년에 달하는 경제 전문 방송인이기도 하다. 1998년 KBS 프로그램 <경제전망대>에서 증권회사 직원으로 ‘증시 안테나’라는 코너를 맡아 방송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공중파 TV와 라디오, 케이블 채널 등에서 고정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KBS 라디오 <경제를 배웁시다>, MBN <생방송 매일경제>의 진행자이며, 중앙대학교·한세대학교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장소 협조 비욘드뮤지엄(02-577-6688)
이런 경력을 가진 그가 문학, 인문, 역사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소개하고,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방송 프로그램의 패널로 출연해 입담 좋게 말하는 것을 보니 ‘경제 전문가’ 이외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지 싶었다.
“그렇지 않다. 경제 관련 서적만 보았기 때문에 사실 인문학적 소양은 많이 부족하다.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을 패널로 구성하는데, 경제 분야 인물로 섭외된 것이다. 제안을 받고 이 기회에 교양을 쌓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는데, 쉬운 일이 아니더라.”
매주 방송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패널들은 매주 4권씩 책을 읽어야 하는데, 내내 책만 읽더라도 한 주에 4권을 읽기란 버거운 일 아닌가. 그는 녹화 끝나고 오면 집으로 배달돼온 책 읽기에 바쁜 생활을 1년 반 동안 지속하다, 지난 5월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했다. 패널로 참석했던 이들 중 그는 가장 오래 함께한 패널이라는 기록을 보유한 채.
방송인의 꿈, 결국 이루다
장철의 학창 시절 꿈은 아나운서였다. 사투리를 써서 안 된다는 아나운서로 활동하는 선배의 만류에 사투리를 고쳐서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가 입사를 준비하던 해에 양 방송사의 파업으로 신입사원 채용이 없었다. 그래서 1990년대 초 인기 직종이던 증권회사에 들어갔다. 고객의 돈 수천억원을 관리하는 펀드매니저라면 업무의 성격상 냉철한 수학적 사고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된다.
그러나 대학 시절 음악다방 DJ를 할 만큼 끼가 많고,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던 그는 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모델 에이전시에 등록, TV 광고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비록 광고 속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인물 중 한 명으로 등장했지만, 여의도 증권맨의 이중생활은 1년간 지속되었다. 그러다 회사 대표로 방송사 경제 관련 프로그램 오디션에 지원해 선발된 후 경제 프로그램의 증시 소개 코너 출연을 계기로 방송계에 입문한 것이다.
장소 협조 비욘드뮤지엄(02-577-6688)
‘꽃중년’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가꾸는 것이다
1967년생, 올해로 46세인 장철은 그야말로 ‘꽃중년’이다. 동안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신을 가꾸는 데에도 소홀하지 않은 덕이다. “경제 용어로 비유하자면 몸매는 곧 펀더멘털(Fundamental)이다. 몸매가 좋으면 옷을 입어도 맵시가 살고, 유행 패션에도 과감히 도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젊은이들이 많이 입는 스키니 진을 시도해보았는데, 의외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 즐겨 입고 있다.”
캐주얼한 차림을 할 때에는 체인 장식, 비니 등 패션 소품을 활용한다는 그는 촬영 때에도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연출했다. 양복 대신 갈아입은 복장은 하늘색 셔츠에 자수로 장식한 화이트 재킷, 스키니 진, 워커의 조합. 그러나 단지 패션 감각을 지녔다고 해서 ‘꽃중년’이라 할 수 있을까. 40대 중년 남성인 그가 젊어 보이는 이유는 현재를 즐길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설렘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한 대기업들은 10년 앞을 내다보고 사업의 방향을 설정하고 준비해왔기에 현재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10년 뒤 상황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미래의 나는 이런 모습이고 싶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뤄왔는데 더 늦기 전에 조리사 자격증을 딸 생각이다. 워낙 요리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 더 나이가 든 후에는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삶을 즐기는 장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의지를 갖고, 열정적으로 삶을 대하는 그를 만나고 나니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이 떠올랐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 /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열정을 말한다 /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한 정신이다….’
>> 경제 전문가 장철이 추천하는, 놓치면 후회할 책
인간관계 맺는 기술
세계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존맥스웰이 인간관계 맺는 기술을 제시한 책.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짚어내고, 왜 사람들과 관계 맺는 데 문제가 생기는지, 또 그것을 원만히 해결하면서 서로 돈독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제시한다. 청림출판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저자가 책을 없앴거나 화재나 사고로 책이 유실된 경우, 저자의 죽음으로 작품이 완성되지 못한 경우나 저자가 구상만 하고 쓰지 못한 경우 등 상실된 문학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 셰익스피어에서 실비아 플래스, 호메로스에서 헤밍웨이, 단테에서 에즈라 파운드에 이르는 위대한 작가들에 얽힌 뒷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민음사
식량의 종말
비만과 기아, 수출 농장으로 바뀌고 있는 제3세계의 황무지 등 별개로 보이는 문제들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풀어내며 식품 배후에 놓인 경제학적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과 제언을 담은 책. 대량생산과 대량 소비에 결박된 식품 시스템의 문제점이 얼마나 큰지를 생생하게 얘기하고 있어 흥미롭다. 민음사
10년후 미래
대니얼 앨트먼 뉴욕대 비즈니스스쿨 교수가 도발적이고 반직관적이며 매우 논리적인 방법으로 세계경제의 장기적인 변화 방향을 예측한 책. 다가오는 미래에는 어떤 산업이 성장하고 어떤 국가가 경제적 위험에 직면할 것인지, 성공적인 투자 분야는 무엇이고 다음의 경제 위기는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 것인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청림출판
나쁜 초콜릿
카카오의 세계적인 주산지로 각광받는 코트디부아르. 그러나 그곳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가난에 찌든 코트디부아르 농민들의 실상과 카카오를 둘러싼 부패와 내전을 폭로한 책. 치명적인 달콤함의 이면에 숨겨진 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초콜릿의 역사를 읽어나가다보면 갑자기 초콜릿이 쓰디쓰게 느껴진다. 알마
월든
19세기 미국의 저술가이자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대표작. 하버드대학 졸업 후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소로가 1845년 월든 호숫가의 숲 속에 들어가 2년간에 걸쳐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시도한 산물이다. 대자연의 예찬인 동시에 문명사회에 대한 비판이며,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으려는 한 자주적 인간의 독립 선언문이다. 은행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