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위해 목숨 바친 경찰관 1365명, 동판으로 남다

"여보, 천국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1층 중앙홀 오른편에 걸린 '서울 경찰 추모의 벽' 옆 전자 방명록에 고 이태규(사망 당시 56세) 경감의 부인 이향림씨가 글을 적었다. 이 경감은 지난 7월 24일 과로로 순직한 경찰관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청사 1층 중앙홀에서 '서울 경찰 추모의 벽' 제막식을 열었다. 추모의 벽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순직 경찰관들을 기리기 위한 벽이다. 가로 3m10㎝×세로 1m30㎝ 크기의 금 도금 동판에 6·25 전쟁 때 전사한 경찰관 629명과 공무수행 중 순직한 서울청 소속 경찰관 736명, 총 1365명의 순직 경찰관 이름을 새겼다. 이는 미국 뉴욕 맨해튼 9·11 추모공원에 있는 추모 동판 등을 참고해 만든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경찰과 유가족 100여명이 참석했다.

1983년 순직한 고 서정환 경사의 부인 유순자(56)씨는 추모의 벽 중간쯤 새겨진 '서정환'이라는 이름 석자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었다. 서정환(당시 34세) 경장은 1983년 11월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여인숙에서 탈영병이 쏜 총에 숨졌다. "딸(당시 세 살)을 업고 병원에 가서 그이를 봤을 땐, 하늘이 무너진다는 말밖엔…. 아직도 (남편) 이름만 봐도 먹먹해요." 유씨는 30여년간 1남 3녀를 홀로 키웠다. 형편이 어려워 수십 차례 이사를 다녔다. "남편 옷을 한 벌도 안 버렸어요. 아이들이 아빠 옷을 보고 명예롭게 간 그이처럼 살라는 뜻에서요." 남편 없는 삶은 힘들었지만 그는 '뿌듯하다'고 했다. "한땐 그이를 원망했지만, 이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그이가 자랑스러워요."

김주희(34)씨는 1982년 11월 마포구 아현동 한 공사장에서 가스에 질식해 쓰러진 인부를 구출하다 순직한 고 김유연(당시 31세) 경사의 외동딸이다. "세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오늘 경찰 분들을 보니까 아버지가 그리워서 마음이 아파요." 김씨는 이날 내년에 결혼할 예비신랑과 함께 제막식을 찾았다. "아빠, 예비사위가 장인어른 자랑스럽다고 하네요. 저도 아빠가 자랑스러워요." 김씨가 아버지의 명패를 향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