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한 살에 시트콤 주연… 성장 위한 도전이죠"

고희(古稀·70)를 넘긴 나이에도 시트콤 여주인공으로 대중을 웃기고 울리는 여배우가 있다. 이달 초 시작한 MBC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의 나문희(71)다. "극 중 '문희'는 국숫집을 운영하는 생활력 강하고 성격도 과격한 여자죠. 하지만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깊습니다. 과장된 코믹 연기보다는 대범한 어머니상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이 작품에서 인생의 황혼을 맞은 나문희가 실직한 아들 부부, 사업이 망해 친정에 눌러앉은 딸 부부를 끌어안은 채 당차고 유쾌한 가장(家長)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활력을 준다.

30일 전화로 만난 나문희는 "극 중 '문희'는 부지런하고 또 끈끈한 정으로 세상을 살려고 한다는 점에서 현실의 저와 통하는 점이 많다"며 "그러다 보니 더욱 진심이 담긴 연기를 하게 된다"고 했다. "실제로 자식들이 시트콤에서처럼 자리 잡지 못한 채 방황하면 어떻겠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장성한 세 딸이 그래도 제 몫은 다 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나문희가 대중에게 친근한 이름이 된 건,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2007년)의 덕이 컸다. 그는 "'하이킥'에 비하면 '엄마가 뭐길래'는 제게 무게중심이 확연하게 쏠려 있는 작품이라 부담스럽다"며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민의 모습을 얼마나 진솔하게 보여주는가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했다.

나문희는 지금 두 편의 주말드라마에도 출연 중이다. "한 배우가 동시에 여러 작품에 나오는 건 사실 송구스러운 일"이라는 그는 "시청자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세 작품에서 각각 다른 개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최근의 다작은 지난 2년간 연극 '친정엄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한층 더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십년 연기를 하면서 늘 감당하기 힘들었던 긴장감이 사라졌어요. 호흡도 깊어져서 보는 분들이 편안해하는 것 같더군요. 배우로서 성장하기 위한 도전은 나이에 상관없이 계속돼야 합니다."

나문희는'여배우=미모'의 상식에서 벗어났던 게 사실이다. 그 스스로 "다른 여배우보다 큰 덩치 때문인지 과거 나이 많은 배역이 집중됐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그는 그늘에서도 쉬지 않았다. "무당 혹은 정신과 의사 같은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극 중 인물의 심리에 동화되기 위해서는 온 정신을 쏟아야 했으니까요. 심지어 작가가 대본에 표현하지 못한 부분도 배우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제 기준이었죠."

단단한 나문희 연기의 바탕은 카랑카랑하면서도 부드러운 입체적 대사다. 1961년 MBC 성우 공채 1기로 데뷔한 경력 덕분이다. 그는 "당시 소피아 로렌, 매릴린 먼로 등 웬만한 영화의 주연 여배우 더빙은 다 내 차지였다"며 "그래서 연기를 하게 된 뒤에도 대사의 속도와 표현력에서만큼은 남들을 이길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성우 시절에는 부업으로 DJ도 했단다. 클래식 음악감상실 '메트로'와 팝음악 감상실 '세시봉'이 그 무대. "최근 계속된 '세시봉' 열풍을 보며 저도 뿌듯했어요. 거기서 저는 다른 분이 써주신 대사를 읽는 쪽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