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중섭 화백의 애정 깃든 '팔레트'… 서귀포가 품는다

천재화가 고(故) 이중섭 화백의 부인 이남덕(일본명 야마모토 마사코·92세)씨가 이 화백과의 추억을 찾아 제주도를 방문한다. 이씨가 서귀포시를 방문하는 것은 지난 1997년 9월 6일 이중섭 거주지 복원 준공식 참석 이후 15년 만에 두 번째다.

서귀포시는 현재 일본에 거주하는 이중섭 화백의 부인 이남덕 여사가 오는 31일 3박4일 일정으로 서귀포시를 방문해 1951년 1월부터 1년간 가족이 단란하게 살았던 초가집을 둘러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이중섭미술관 초청으로 이뤄졌다. 이남덕 여사는 서귀포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중섭 화백이 사용했던 팔레트 등 그림 도구를 기증할 예정이다. 서귀포시가 이중섭미술관을 건립해 이 화백의 예술혼을 기리고 그의 예술세계를 조명해주고 있는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이번에 기증하는 팔레트는 이중섭 화백이 1943년 미술창작가협회(자유미술가협회 전신)로부터 태양상을 수상했을 때 부상으로 받은 것이다. 이 화백은 1943년 원산으로 귀국하면서 자신이 사용하던 팔레트를 프러포즈의 징표로서 이 여사에게 맡기면서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것을 약속했었다.

이 여사는 이 팔레트를 이중섭 화백의 분신으로 생각해 70여년간 소중히 보관해 왔었다. 서귀포시는 팔레트를 미술관에 상설 전시해 관람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서귀포는 이 화백이 1951년부터 약 1년간 머물던 곳이다. 당시 이 화백과 부인, 두 아들(5세 태현과 3세 태성)이 살던 4.6㎡(1.4평)짜리 초가 단칸방이 아직 남아 있다. 전쟁을 피해 1951년 제주도로 건너온 이 화백 가족은 당시 먹을 것이 부족해 날마다 바닷가에 나가서 게나 조개를 잡아서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백이 서귀포 시절 그린 그림에 게가 자주 등장한 이유가 게를 잡아먹었던 것이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아 죽은 게들 넋을 달래기 위해서라고 알려졌다.

이중섭 화백은 서귀포에 머물 당시 '서귀포의 환상' '아이들과 게' '물고기'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의 작품을 남겼다. 고은 시인은 이중섭 평전을 통해 '피란길에 나선 이중섭이 서귀포에 머물렀던 짧은 시간이 그의 생애에서 처음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적고 있다. 현재 거주지에는 당시 이 화백 가족에게 단칸방을 내줬던 주인집 며느리 김순복(92) 할머니가 초가집을 지키고 있다. 이중섭미술관에는 이 화백 작품 10점과 아내(이남덕)와 주고받은 편지가 전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