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이 전기를 만들어 낸다 '에너지의 마술' BIPV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뮌헨과 데겐도르프를 연결하는 'A92'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특이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보통 은색 철판으로 만드는 방음벽 일부가 짙은 검푸른 색으로 설치돼 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이 거대한 벽은 방음 역할과 함께 전기도 생산하는 태양전지다.

A92 고속도로 중 1㎞ 구간에 설치된 이 태양전지 방음벽에선 약 500㎾(킬로와트)의 전기가 생산된다. 이 전기는 주변 170가구가 사용한다. 원래 태양전지를 설치하려면 넓은 공터를 마련해 20~30년 정도 사용해야 하는데, 방음벽과 일체형인 이 태양전지는 따로 설치 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없어 경제적이다.

◇창문과 지붕에서 전기를 만든다

기존 태양전지는 잘 다져진 넓은 공터에 설치한다. 이에 비해 BIPV(건물 일체형 태양전지)〈키워드 참조〉는 건축자재나 건물과 일체형으로 만들어진다. 창문과 벽, 지붕이 작은 발전소가 되는 셈이다. 자투리 공간으로 버려지던 빌딩 옥상과 건물 외벽에 설치할 수 있어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일반 태양광 발전소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별도의 송전 시설을 마련해야 하는 것과 달리, BIPV는 건물 입주민들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여름철 전력난이 심각할 때는 각 건물에 설치된 BIPV가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막을 수 있는 요긴한 버팀목이 될 수도 있다.

에너지 전문 조사업체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향후 전 세계 BIPV 시장은 유럽발 경제 위기로 인한 태양광 시장 위축에도 연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에만 세계적으로 연간 378.9㎿ 규모가 새로 설치돼 2010년 대비 40.3% 증가했다. 정호철 솔라앤에너지 연구원은 "아직 전체 태양광 발전 시장에서 BIPV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2015년에는 새로 설치되는 BIPV가 2GW(기가와트)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태양광 시장 약세 속에 BIPV 시장만 고속으로 '나 홀로 성장'을 이어가는 것은 태양전지 보조금을 지급하는 각국 정부가 BIPV에 더 많은 돈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일반 태양전지에 비해 BIPV에 두 배 가까운 설치 보조금을 지원한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일반 건물에 고정식 태양전지를 설치할 경우, 지원금이 1㎾당 497만2000원이지만, 똑같은 용량의 BIPV를 설치하면 955만3000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 등도 일반 태양전지보다 BIPV에 이미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거나 지급을 검토 중이다. BIPV 시장이 전체 태양전지 시장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자 관련 특허출원도 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BIPV 관련 특허출원은 2007년부터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해 2008년 29건, 2009년 55건, 2010년 55건, 2011년 41건으로 최근 3년간 매년 40건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BIPV 시장 잡기 잰걸음

BIP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건창호는 2007년 태양광 창호 전문 브랜드 '솔라윈'을 만들고 BIPV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시 신청사와 전남 구례군 '섬진강 토산어류생태관'에 설치된 BIPV가 이건창호 제품이다. 이 회사는 지난 7월에는 '2012년 에너지기술개발사업' 국책과제 주관 연구기관으로 선정돼 BIPV 관련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서울시 신청사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이건창호와 함께 BIPV 설치를 주도했다. 이 회사는 경기도 용인시 동백지구에 '에너지 제로(0) 시범주택'으로 지은 '그린투모로우'에 BIPV를 설치, 소비자들이 쉽게 발전원리를 알 수 있도록 했다.

SK건설이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지은 SK케미칼의 사옥 'SK케미칼 Eco Lab(에코랩)'에도 BIPV가 설치돼 있다. 건물 내부에서 사용되는 전기의 일부분을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해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다. LG하우시스·한화케미칼·KCC 등도 BIPV 사업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 Voltaic·건물 일체형 태양전지)

건물 외벽의 전자판을 이용해 전기를 얻는 발전 시스템. 태양광 발전설비를 건축자재로 만들어 건물의 창호·외벽·지붕 재료로 활용하므로 별도의 설치 공간이 필요하지 않고 에너지 효율적인 건축물을 세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