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개 드나… '좋아진 9월 지표' 해석 엇갈려

31일 발표된 9월의 생산과 소비,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8월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기가 저점을 지났다"는 정부 기대가 현실이 될지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졌다. 이 날 위기관리 대책회의를 주재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9월 중 대부분 실물 지표가 개선되면서 8월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경제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26일엔 "경기가 2분기까지는 하강했지만 9월부터는 개선돼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바닥 지났다' 기대감 높이는 정부

통계청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은 8월에 비해 0.8% 증가했다. 6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세가 반전된 것이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끝내고, 정상 조업에 나선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업종 생산은 전월 대비 12.9% 급증했다.

자동차업종은 전체 광공업 생산의 11%를 차지한다. 반면 기계장비(-3.1%), 반도체·부품(-0.8%), 의복·모피(-10.6%) 업종은 여전히 생산 실적이 부진했다.

9월 소매판매액지수도 전월 대비 1.5%가 늘었다. 음식료품 같은 비내구재(1.9%), 의복 같은 준내구재(1.9%), 승용차 같은 내구재(0.5%) 소비가 골고루 개선됐다. 원인은 '추석 연휴 효과'로 보인다. 보통 추석 연휴는 9월 초~중순에 시작해 명절을 준비하면서 발생하는 소비 증가 효과는 8월 중순~하순 사이에 일어난다. 작년 추석 연휴도 9월 11~13일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추석 연휴가 9월 29일~10월 1일로 늦어져 소비 증가 효과가 8월에서 9월로 늦춰진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도 전월 대비 6.2% 늘어났다.

최상목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3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2%로 2분기(0.3%)에 비해 떨어졌지만, 정부가 발표한 재정 확대 방안과 부동산 취득세,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10월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4분기 성장률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10월 들어 30일까지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0.4% 증가로 7~9월 마이너스 증가율에서 반전된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도 향후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신호"라고 했다.

◇전문가들 "저성장 국면 들어선 경제, 단기 저점에 의미 두기 힘들어"

그러나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바닥 탈출에 큰 의미를 두기 힘들다고 반박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우리 경제가 6분기 연속 전기 대비 0%대 성장을 하는 등 성장 속도 자체가 크게 둔화된 상황에서 '바닥'이 언제인지에 큰 의미를 두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4분기가 3분기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지만, 그 폭은 회복이라고 하기엔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다른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도 "설령 경기가 저점을 지났다고 해도 여전히 불확실한 대외 경제 상황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 달 경기지표만으로 경기가 저점을 지났다고 평가하는 것이 성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경제연구실장은 "경기 흐름이 확실히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려면, 회복을 이끄는 동력이 보여야 하는데 지금 국내 경제 상황은 그런 요인이 안 보인다"며 "실물지표는 등락을 거듭하는 성향이 있어 9월 실적만으로 저점 통과 여부를 말하긴 이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