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이웃들 사랑이 아이들 미래 바꿔요

1일 오후 8시 서울 광진구 악스코리아에서 홀트아동복지회 '후원자 대축제'가 열렸다. 이미 후원을 하거나 후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다. 지난달 인터넷 홈페이지로 신청받은 참석 희망자는 총 1050명. 이 중 서울·경기·대구 등 전국에서 800여명이 모였다. 홀트아동복지회는 후원금으로 입양 아동뿐 아니라 저소득층이나 한부모 가정의 아동·청소년, 장애인 등을 돕는다. 복지회에 정기 후원을 하는 사람은 1만5000여명이다.

이날 행사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후원자들이 참석했다. 홀트장학금으로 중·고교를 졸업한 강병록(43)씨는 "가난이 부끄럽던 사춘기에 장학금을 받으니 '인정받았다'는 자부심이 생겼다"고 했다. 강씨는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중 1이던 1983년부터 고 3때까지 6년간 장학금을 받았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강씨의 부모는 3남매 학비 대기도 빠듯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취업한 강씨는 1999년부터 매월 정기 후원을 시작했다. 이 돈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장학금으로 쓰인다.

후원자 대표로 공로상을 받은 김무웅(70)씨는 23년째 정기 후원을 한다. 1990년 우연히 회사 책상에 놓여 있던 홀트소식지를 보고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 정기 후원을 신청했다. 김씨는 "엄청난 재산을 내놓은 것이 아니어서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며 "오히려 적은 금액이라 주위 사람에게 쉽게 권하게 된다"고 했다.

이지은(33·가명)씨 부부는 올해 6월 시험관 아기 시술을 위해 모아둔 300만원을 내놨다. 이씨는 "결혼 후 5년간 임신이 안 돼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으려고 할 때쯤 자연임신이 됐다"며 "누군가에게 기쁨이자 행복이 될 아이들을 위해 쓰고 싶었다"고 했다. 부부가 낸 돈은 입양 전 위탁가정에서 자라는 아기들에게 필요한 물품 지원에 쓰인다.

어린 시절 구개구순열 수술을 한 이유진(27·가명)씨는 작년 취업해 받은 첫 월급 140만원을 구개구순열 아동 수술비로 기탁했다. 이씨는 "'땀 흘려 번 돈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나처럼 입술 상처 하나 때문에 고통받을 아이들을 위해 쓰고 싶었다"고 했다.

로봇연구원인 엄태웅(28)씨는 친구 14명과 함께 SNS로 모은 돈을 기부했다. 엄씨는 자신의 생일인 올 2월 2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댓글이 1개 달릴 때마다 1000원씩 적립하겠다'고 했다. 총 300여개의 댓글이 달려 30만원을 내놨다. 2010년 첫아이 돌을 맞아 후원을 시작한 김현민(33)씨는 "다른 후원자들을 보면서 시간과 능력을 들여 얻은 것의 일부분을 나누는 '평범한 영웅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방송인 션·정혜영씨 부부는 작년 저소득층 어린이를 돕는 '꿈과 희망의 장학금' 1억원을 내놨다. 개그맨 정형돈(34)씨도 작년 홀트아동복지회 사무실을 직접 찾아와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왔다"며 정기 후원을 신청했다.

홀트아동복지회 말리홀트 이사장은 "평범한 이웃들의 관심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