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입맛에 맞게… 스마트해진 적립식 펀드

"주가가 비쌀 땐 투자금의 절반만 사고, 싸지면 갑절 사드릴게요."

"목표 수익률 15% 찍으면 자동으로 환매해 드려요."

시들해진 투자자들의 사랑을 되찾으려는 적립식 펀드의 변신이 본격화하고 있다. 똑같은 금액을 정해진 날짜에 기계적으로 투자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투자자가 투자액이나 타이밍, 대상, 목표 수익 같은 조건을 시장 상황과 입맛에 맞게 조절하는 '맞춤형 적립식 투자'가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주가가 횡보할 땐 재미 못 보는 적립식 투자

"적립식 펀드 오래 넣으면 돈 번다길래 해봤는데 주가지수가 2000일 때도 꼬박꼬박 돈 넣더니만 3년 만기 되어 찾으니 수익률이 -10%더라고요."(주부 박성희씨)

적립식 펀드는 한때 주식 투자의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증시 횡보세가 길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사랑이 차갑게 식고 있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57조원이 넘었던 적립식 펀드 잔액은 8월까지 2조원 넘게 줄었다. 김성태 신한금융투자 투자상품부장은 "정해진 날에 정해진 금액을 넣는 적립식 펀드는 시장이 꾸준히 상승세를 타야 투자 효과가 극대화되는데, 경기 침체 우려로 고점과 저점을 반복하는 요즘 같은 횡보 장세에선 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적립식 펀드의 똑똑한 진화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기존 적립식 펀드의 약점을 보완한 맞춤형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가령 특정 지수 이하에선 주식을 많이 담지만 특정 지수를 넘어서면 투자를 잠시 쉰다거나, 혹은 미리 정한 수익률을 달성하면 바로 현금화해서 차익을 실현하는 등 투자가가 본인 입맛대로 설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박경민 KDB대우증권 대리는 "예컨대 가입 후 수익률이 5% 나오면 자동 환매되게 해달라거나, 200개 펀드 중에서 5개를 골라 돈을 분산해 넣고 10% 수익이 나면 해지해 달라는 등 투자자들의 요구가 다양한데 가능하면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행하는 맞춤형 적립식 펀드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주가에 따라 적립금액을 더 늘리거나 줄이는 것, 주가에 따라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를 갈아타는 것, 투자금을 여러 펀드에 원하는 비율대로 나눠 적립하는 것이 그것이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7월 출시한 '똑똑한 적립식 플랜YES'는 적립식 펀드 투자자가 매달 적립하는 금액이나 펀드 유형, 투자 구간 등을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다.

예컨대 월 적립액이 40만원인 투자자라면, 코스피지수가 1800 이하일 땐 40만원을 주식형 펀드에 전부 넣고, 2000이 넘으면 머니마켓펀드(MMF), 지수 1800~ 2000 구간에선 펀드와 MMF에 절반씩 투자하는 식이다. 만약 이런 투자 방식을 선택해 최근 5년간 투자했다면 누적 수익률은 22%가 됐을 것이다. 반면 기계적으로 매달 인덱스 펀드에 투자했다면 같은 기간 수익률은 13% 수준에 그쳤을 것이다.

이 증권사의 새 적립식 펀드 서비스엔 지금까지 2000명이 가입했다. 지난 4월 출시된 대신증권의 '밸런스 펀드 컨트롤 서비스'는 투자자가 주가지수 상한선과 하한선만 설정해 놓으면 이를 토대로 해서 주식형과 채권형에 섞어서 투자금을 굴린다. 주가가 상한선에 가까워지면 채권형 펀드 투자 비율이 100%까지 높아지고, 주가가 하한선에 가까워 오면 주식형 펀드 비율이 최고 100%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예상외로 주가가 계속 상승하는 국면이 전개된다면 예전처럼 매달 일정한 금액을 투자하는 방식이 더 나은 투자 성적을 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