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만 못한 월지급식 펀드 많다

베이비부머 은퇴자가 쏟아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월지급식 펀드의 성적표가 초라하다.

월지급식 펀드는 목돈을 넣어 놓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매달 나눠주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대외 악재로 증시가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원금을 까먹거나 은행 정기예금보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품이 수두룩하다. 월지급식 펀드는 매달 지급액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면 지급액을 원금에서 떼는 구조여서 수익률 회복이 더 힘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6개월 성적표 보니…전체 펀드 중 37%가 마이너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운용 순자산 10억원 이상이면서 설정 기간이 6개월이 넘은 월지급식 펀드 41개 가운데 최근 6개월 동안 손실을 낸 펀드는 15개로 집계됐다. 은행 정기예금금리(연 3~3.5%)보다 수익률이 낮은 펀드는 총 27개로 절반이 넘었다.

고수익을 노리고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상황이 특히 더 나쁘다. 설정 후 6개월이 지난 월지급식 펀드 가운데 주식형 펀드와 주식혼합형에서 공격적인 자산배분을 내세운 상품은 총 7개인데 이 중 6개 상품의 6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다.'칸서스뫼비우스블루칩 1(주식)Class C 2'의 6개월 수익률은 -6.8%로 가장 저조하다. '신한BNPP달마다행복자 1[주혼-파생]종류 C-e'도 1%대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안정적인 상품으로 꼽히던 '절대수익추구형 펀드'의 성적도 초라하다. 절대수익형 펀드는 시장이 하락하든지 상승하든지 언제나 플러스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자금을 굴리는 펀드다.

6개월 이상 된 월지급식 절대수익추구형 펀드 6개 가운데 2개가 지난 반년 동안 원금을 까먹었고, 나머지 3개 펀드의 수익률도 1~2%대에 머물고 있다.

◇신흥국채권형 펀드 잘나가네

전문가들은 월지급식 펀드에 가입한다면 주식형보다는 채권형, 특히 신흥국 채권형 펀드를 추천했다. 해외채권 중에서도 금리가 이미 많이 내려간 미국 국채나 앞날이 불확실한 유럽 국가들의 국채보다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신흥국 채권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월지급식 펀드는 지난 반년 동안 돋보이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JP모간월지급이머징국공채[채권-재간접]C-S'는 최근 6개월간 9.5%의 수익률을 냈고, '피델리티월지급식이머징마켓자[채권-재간접]종류C-e'는 8.4%의 수익률을 올렸다. 6개월 수익률이 4% 이상인 월지급식 해외채권형 펀드는 총 10개다.

다만 안심은 금물이다. 서경덕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 차장은 "신흥국채권형 펀드는 대부분 환 헤지(환 위험회피)를 하지 않는다"며 "신흥국 통화가치가 올라서 이익을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통화가치가 떨어져 펀드가 손실을 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실 보면 월지급액 줄여서 원금 회복 노려라

고수익을 기대하고 가입한 월지급식 펀드가 원금을 까먹고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전문가들은 원금 손실액이 크지 않다면 일단 가입을 유지하면서 매달 받는 지급액을 일시적으로 줄여 원금을 빨리 회복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원금이 계속 깎여나가면 나중에 수익률이 높아져도 원금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형 펀드처럼 원금 손실이 상대적으로 크고 향후 증시 상황도 가늠하기 어렵다면 잠시 소나기를 피하는 차원에서 해외채권형으로 갈아타거나 펀드를 해지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