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여시동의 차이나 인사이드 아웃] 공원서 춤추고 노래하는 중국 은퇴자들… 부러우면 지는 걸까

주말에 상하이 루쉰(魯迅)공원에 가면 특이한 장면을 볼 수 있다. 공원 여기저기서 합창 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합창단은 대부분 장년과 노년층이다. 그룹당 수십 명에서 백여 명이 둘러서서 열심히 합창을 한다. 원형으로 둘러선 인파 한가운데에서 지휘자가 지휘를 하고 지휘자 옆에선 소규모 악단이 연주를 한다.

토요일이던 지난 10월 27일 오후도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100여 명의 합창 인파 속에서 노래를 따라 하던 황(黃)모 여인(51)에게 무슨 합창단이냐고 물었더니 "정식 합창단이 아니고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고 했다. 비 오는 날 빼고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이 장소에 오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합창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다들 친구가 되는 것 같다"는 그녀는 6년 전 자전거 타이어 공장에서 정년퇴직을 한 뒤 이 합창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옆에서는 한 여인이 노래책을 팔고 있었다. '노년들의 애창곡 235수'라는 노래책은 25위안(약 4500원)에 팔리고 있었는데, 수록된 곡들은 공산혁명 시기와 마오쩌둥(毛澤東) 집권 때의 노래가 대부분이었다. '장정' '홍기송(紅旗頌)' '조국의 푸른 하늘을 사랑해' '마오 주석의 빛' 등 노래 제목만 봐도 '혁명'과 '애국' 냄새가 물씬 났다.

또 다른 곳에선 소수민족 의상을 차려입은 수십 명의 남녀가 쌍쌍이 민속춤을 추고 있었고, 한쪽에선 남녀 3명이 가설무대에서 멋들어지게 색소폰을 불고 있었다. 인근엔 가족, 친척, 친구 7~8명이 모여 마이크를 돌려가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중국에서 이런 풍경은 공원뿐 아니라 길거리나 공터에서 수시로 볼 수 있다. 취미 활동은 카드·마작 놀이, 장기 두기, 얼후(二胡) 등 악기 연주, 태극권 수련, 집단 검무, 연날리기, 제기차기, 쿵주(空竹·중국의 요요) 놀이, 하다못해 새장 들고 산책하기 등등 종류도 많다. 누구는 은퇴자들이 일찍 일자리를 잃고 할 일이 없어 이런 문화가 발달했다고 비판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다중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은퇴자들의 표정은 신기할 정도로 당당하고 진지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대학교수에게 물었더니 "중국 사회는 과거 직장에서 단체활동을 많이 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것에 부끄러움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람은 "과거 소련의 유럽식 사회주의 문화를 따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중국에 비해 선진국이었던 소련의 문화를 상위문화로 받아들이면서 공개석상에서의 가무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연유야 어찌 됐든 중국 은퇴자들의 놀이문화는 한국보다 훨씬 풍부하고 다양하다. 이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다. 중국 은퇴자들이 공원에서 즐기는 것은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일찍이 린위탕(林語堂·임어당)은 "중국에 노인을 공경하는 풍습이 남아있기 때문에 중국은 노인들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고 했다. 1950년대에 한 이 말은 지금은 바뀌어야 할지 모른다. 중국이 이미 자본주의 국가를 무색게 하는 각박한 경쟁사회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자본주의 한국 사회의 은퇴자들은 사회주의 중국의 은퇴자들보다 과연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