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달아 쾅, 쾅… 휴대폰 한 대, 수백번 낙하 테스트

"쾅!쾅!" "철퍼덕 철퍼덕."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수원 사업장) 내 '파일럿 센터' 건물의 실험실. 뭔가를 바닥에 패대기치는 듯한 소리가 연이어 요란하게 귀를 찔렀다. 너무 시끄러워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싶을 정도였다.

안내를 맡은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3를 비롯해 삼성이 만드는 각종 휴대전화의 낙하 내구성(耐久性) 테스트를 진행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실험실 안에 있는 기계 다섯 대는 휴대전화를 정신없이 바닥에 떨어뜨리고 있었다. 한 기계는 기자 키(180㎝)보다 조금 낮은 높이에서 휴대전화를 바닥으로 투하 중이었고, 이보다 키가 좀 작은 기계는 바닥에서 긁어모은 휴대전화를 기자 무릎 정도 높이로 끌어올려 네 개씩 세트로 떨어뜨리고 있었다.

옆에서는 중국 음식점의 배달용 철제 가방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철판 상자가 계속해서 360도 회전 중이었다. 철판 상자 옆에 조그맣게 달린 투명 플라스틱 창(窓)을 통해 들여다보니 그 안에서 휴대전화들이 이리저리 튕겨 다니고 있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신뢰성시험그룹 정희석 차장은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쓰다가 실수로 계단에서 떨어뜨릴 때 제대로 견뎌내는지를 다각도로 테스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별 특성이나 사양에 따라 수십 회에서 수백 회씩 낙하 테스트를 진행한다"며 "소비자가 떨어뜨렸을 때 절대 고장이 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최대한 그런 휴대전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시장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스마트폰 '갤럭시S3'도 이 실험실의 까다로운 내구성 실험을 거쳐 탄생했다.

삼성 갤럭시S3의 세계적으로도 돋보이는 초고속 판매 가도는 상품기획·개발·생산·영업 등 각 부서들의 노력이 시너지를 낸 결과로 평가된다. 기자가 이날 방문한 '파일럿 센터'의 철저한 내구성 관리도 그중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삼성 내부의 분석이다. 최근 미국 IT 매체 시넷은 삼성의 갤럭시S3와 애플의 아이폰5 두 경쟁 모델을 갖고 각종 물리적 악조건에서 어떤 제품이 더 잘 견디는지를 실험한 결과 갤럭시S3에 더 높은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실제 1000여평 규모 파일럿센터는 낙하 내구성 외에도 테스트 공정 30개 이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가령 온도·습도 테스트실에선 휴대전화를 다양한 온도와 습도 조건에 드러낸 뒤 이상 없이 작동하는지를 실험했다. 휴대전화를 꺼놓은 상태에선 영하 40℃ 조건에서, 켠 상태에선 영하 20℃에서 몇 시간씩 놓아뒀다가 나중에 꺼내 정상 작동되는지를 점검했다. 비가 시간당 수십mL씩 많이 오는 상황에서도 통화나 인터넷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실험하는 방도 있었다. 어떤 실험실에선 스마트폰 왼쪽 볼륨 버튼이나 하단의 홈버튼 같은 외부 돌출 버튼을 기계를 사용해 계속 눌러보기도 했다. 대개 한 번 작동에 10만 회 이상 눌러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서 기획하는 휴대전화는 파일럿 센터 내 수십 개 실험실로 나누어 진행하는 각종 실험을 모두 통과해야만 생산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로 기획 단계의 시제품이 들어오지만 갤럭시S3처럼 공장에서 양산 중인 제품도 일정 생산 단위별로 한두 개씩 들어와 내구성 테스트를 받는다"며 "이곳에서 점검하는 휴대전화가 연간 수백여 가지에 이른다"고 말했다. 센터에선 300명 이상이 장비 수백 개를 사용해 점검을 진행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글로벌 CS 팀 이승희 차장은 "시제품은 내구성 테스트에서 불합격하면 즉각 설계에 재반영되고, 양산 모델에도 이상이 있을 땐 즉시 생산 현장에 문제점이 피드백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말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3'의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이 최근 3000만대를 돌파했다고 4일 밝혔다. 출시한 지 5개월 만으로, 0.45초당 1대씩 팔린 셈이다. 삼성전자는 판매된 스마트폰을 모두 겹쳐서 쌓으면 에베레스트산(8848m)의 30배 높이에 이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