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워라" 故최종현 회장의 꿈 'SK임업' 40돌

충남 천안 광덕산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호두나무숲이 있다. SK임업 천안사업소가 관리하는 이 숲은 연간 10여t의 호두를 생산한다. 이 숲에서는 1977년 3월 고(故) 최종현 SK그룹 전 회장이 부인 박계희 여사와 함께 심은 호두나무도 자라고 있다. 그가 민둥산에 심은 길이 30㎝ 묘목은 지름 30㎝ 이상의 나무로 자라나 매년 가을 풍성한 결실을 쏟아내고 있다.

최 전 회장이 조림(造林)사업을 위해 설립한 SK임업(옛 서해개발)이 이달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그가 조림 회사를 설립한 것은 숲 조성 사업을 통해 장학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생전에 "사람을 믿고 기르는 것이 기업의 처음이자 마지막 목표"라며 인재 육성에 각별한 관심과 정성을 쏟았다. 조림 회사 설립도 인재와 나무의 성장 주기가 약 30년으로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최 전 회장은 생전에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 나무를 심는다"며 산림녹화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했다. 그가 조림사업 초기 "돈이 되는 서울 주변 임야에 조림을 하자"는 경영진의 건의를 "조림이 아니라 땅장사를 하려느냐"며 단칼에 묵살한 일화도 유명하다. 충북 영동·충주, 충남 천안 산골 오지의 임야만 골라 사들여 나무를 심은 것도 그런 이유다.

최 전 회장은 국내 산림이 묘지로 뒤덮여 황폐화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다 직접 화장(火葬)을 실천했다. 또 화장시설을 조성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지(遺志)도 남겼다. SK는 최 회장의 뜻에 따라 2010년 500억원을 들여 충남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국내 최고 수준의 친환경 화장장 등 장례시설을 조성한 뒤 세종시에 기부했다.

현재 SK임업이 전국에 보유한 조림지는 서울 남산의 13배 면적에 해당하는 4100여ha. 이 임야에서는 고급 수종인 자작나무를 비롯, 120여종 380만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인재 육성과 산림보국이라는 최 전 회장의 뜻을 받들어 앞으로도 친환경 사업 육성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