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아름다운 배우들, 아쉬운 설정

테사(다코타 패닝)는 죽음을 기다리는 암 환자다. 4년간 받았던 치료는 중단했다. 남은 시간 하고 싶은 게 많아서다. 낯선 남자와 하룻밤도 보내고 싶고, 도둑질·마약 같은 일탈도 해보고 싶다.

아담(제레미 어바인)은 대학 입학을 잠시 미뤘다. 1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서다. 젊음을 마음껏 즐기는 친구들도 부럽다. 하지만 아직은 세상에 나가는 것이 두려운 '소심남'이다.

영국 출신 올 파커 감독의 '나우 이즈 굿(Now is good)'은 이처럼 대조적인 청춘들의 동행기다. 서로 부족한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를 위로한다. 죽음을 앞둔 테사를 아담이 달래주고, 소심한 아담에게 씩씩한 테사가 용기를 주는 것이다. 감독은 시한부 인생과 첫사랑이라는 두 가지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 한 편의 '잠언 같은 영화'에 도전했다.

영화의 큰 매력은 스크린을 눈부시게 만드는 화려한 용모의 배우들이다. 다코타 패닝은 '아이 엠 샘'(2002), '맨 온 파이어'(2004) 등을 통해 일찌감치 연기 신동으로 떠올랐다. 그는 이 영화에서 죽음을 앞둔 10대의 예민함과 사랑에 빠진 소녀의 귀여움을 능수능란하게 보여준다. 해외 언론들은 "미국 조지아주 출신인 패닝이 이 작품에서 완벽한 영국 억양을 구사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워 호스'(2011)의 주인공 제레미 어바인과 '폭풍의 언덕'(2011)을 통해 주목받은 여배우 카야 스코델라리오가 더해진 화면은 화려한 화보 같은 느낌이다.

'바로 지금'을 뜻하는 제목 '나우 이즈 굿'에서 알 수 있듯 영화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살아 있는 순간을 고맙게 여기고,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것이다. 감독은 눈물샘을 자극하지도, 장황하게 사건을 늘어놓지 않고도 이를 담백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암 환자인 여주인공이 첫 데이트를 앞두고 피를 쏟거나 병이 진행될수록 남자친구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다는 식의 상투적 설정은 아쉽다. 영국 베스트셀러였던 제니 다우넘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8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대사  "삶은 순간의 연속이야."(자기가 떠난 뒤를 걱정하는 아담에게 테사가 하는 말)

#장면  아담이 테사를 위로하려고 눈밭에 몸을 굴려 천사를 만든다.

#해외 평  "가슴이 따뜻해지고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는 영화."(미국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

#이런 분들 보세요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는 멜로 영화'라고 생각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