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건설 27년… 공사기간 20% 줄이는 공법 개발

지난 1일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댐 공사 현장. 덤프트럭과 불도저가 댐 주변을 오가는 가운데 대림산업 배기충(55) 상무가 50m 높이의 댐 위에서 콘크리트로 벽을 쌓아올리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탄강댐 주변 계곡은 폭이 좁은 탓에 비가 많이 오면 수위가 급격하게 올라간다. 이때 물을 가둬 하천 수위를 4m가량 낮추는 게 이 댐의 역할이다.

한탄강댐에는 배 상무가 주도해 개발한 RCD(Roller Compacted Dam) 공법이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콘크리트를 굳게 하는 양생(養生) 과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댐을 쌓아올리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공법보다 20%가량 공사 기간이 단축된다. 시멘트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 공법으로 대림산업은 100억원 이상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원래 일본에서 들여온 기술이지만 오랜 연구 끝에 기술 독립이 가능해진 대표 사례입니다. 콘크리트 배합 비율은 회사 기밀로 보호하고 있어요. 댐 기술을 수출하기 위한 선진 공법이기 때문입니다."

배 상무는 댐 건설 분야에서만 27년간 근무한 전문가다. 건국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대림산업에 입사했다. 이후 경북 안동 임하댐, 강원도 화천 평화의댐, 그리고 이번 한탄강댐까지 대형 공사 현장 세 곳에서 20년 이상을 지냈다.

댐을 짓는 것 외에 기존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유수 전환 작업도 큰 고비 중 하나다. 계곡의 한쪽 면에 터널을 뚫어 물을 우회시키는 작업으로, 1년가량 걸려 이 공사를 끝내야 비로소 물이 적은 곳에서 댐을 지을 수 있다.

배 상무는 1985년 임하댐 공사 현장에서 유수 전환 작업에 기계식 공정을 도입해 공사 기간을 절반쯤으로 줄이기도 했다. 당시는 가격 문제 때문에 대형 장비 도입을 꺼려 인부들이 드릴 기계를 들고 꼬박 한 달 걸려 겨우 터널 50m를 파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스웨덴에서 10억원가량을 들여 대형 드릴 장비를 빌렸는데, 처음에는 비싸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그 일이 댐 공사 현장이 기술적으로 한층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댐 공사는 또 강을 막고 주변의 지형지물을 변형시키는 등 대규모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공사 기간도 10년씩 걸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특히 마을이 물에 잠기는 수몰 지역이 생기는 경우 주민들과 갈등도 종종 벌어져 환경 관련 조사나 주민 설득에만 4~5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잦다.

하지만 기후 변화가 심해지면서 세계적으로 가뭄과 홍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댐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에는 환경이나 주민들의 거주 여부, 지형적 요건 등을 감안할 때 대형 댐이 새로 들어설 자리는 많지 않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댐 공사를 비롯한 물 기술 수출이 건설업계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상황이다.

대표적인 게 국토해양부와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 12조원 규모의 태국 통합 물관리 사업이다. '태국판 4대강 사업'이라고도 하는 이 프로젝트에 배 상무도 참여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네팔에서도 댐 공사를 따내 국내에서 쌓은 댐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전력이나 홍수 예방을 위한 댐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댐 공사는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국가와 회사 브랜드를 알릴 좋은 기회예요. 사업 기회를 잡아 세계무대에 우수한 국내 댐 기술을 빨리 보여주고 싶습니다."

☞RCD(Roller Compacted Dam) 공법

콘크리트를 보호하면서 굳히는 양생(養生) 과정을 생략한 채 바로 불도저 등으로 다지는 공법. 일반적인 콘크리트보다 물 배합량을 줄인 콘크리트를 사용한다. 공사 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