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커피는 아린 맛 없으면서 기분 좋게 쓰죠"

다구치 마모루(田口護·74)씨는 일본 최고의 커피 권위자로 꼽힌다. 44년 전인 1968년 그가 아내와 함께 도쿄(東京)에 문 연 작은 커피집 '카페 바하(Cafe Bach)'를 커피 원두 수입·로스팅(볶기)·판매·전문가 교육 등을 아우르는 커피 전문 기업 '바하그룹'으로 키웠다. 현재 일본스페셜티커피협회(SCAJ) 회장으로 일본 커피 문화를 이끌고 있다. 여러 권의 커피 전문 서적을 냈으며, 이 중 '커피대전(大全)' '스페셜티커피 대전' 등은 일본에서 커피에 입문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정독하는 '교과서'로 평가받는다. 이달 중순 '커피대전' 한국어판 발간을 앞두고 방한한 다구치씨를 최근 만났다.

―'스페셜티커피'란 무엇인가. 한국에서도 요즘 그 말이 유행이다.

"딱 떨어지는 정의는 없다. '풍미 특성이 우수하고 희소성이 뚜렷한, 검증된 고품질의 커피'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간단하게 '고급 커피'란 말 같다. 일반인이 어떻게 그런 품질을 판단할 수 있을까.

"커피 공부를 많이 하라. 서점에 가보라. 매대가 차고 넘칠 만큼 커피 관련 서적이 다양하게 나와있다."

―잘 모르는 사람이 커피를 맛보고 판단하는 쉬운 기준은 없나.

"아린 맛이 없어야 한다. 커피 원두를 제대로 로스팅하지 못해 겉과 속이 완전히 익지 않으면 혀를 쏘는 듯한 아린 맛이 난다. 또 쓰되 기분 좋은 쓴맛이라야 한다."

―이해가 쉽지 않다.

"한국의 김치는 맵다. 하지만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깊은 감칠맛이 나지 않나."

―전문가들이 커피를 평가할 때 보면 커피를 숟가락으로 떠서 '후루룩' 소리를 내며 윗니와 아랫니 사이로 빨아들이던데.

"그렇게 하는 걸 '커핑(cupping)'이라고 한다. 커피에 공기가 가능한 한 많이 섞여 커피의 맛과 향이 잘 드러나도록 하는 방법이다. 와인 시음과 비슷하다."

―값비싼 커피 원두를 얻었을 때 어떻게 추출해야 커피의 맛을 최고로 즐길 수 있나.

"정답이 없다.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추출법을 가장 선호하나.

"핸드드립(hand drip·필터에 분쇄한 커피 원두를 담고 주전자에 담긴 뜨거운 물을 따라 추출)이다."

―한국 커피 수준은 어떤 것 같나.

"빠르게 향상되는 듯하다. 커피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을 많이 만났다."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이름난 보일러 정비회사 가문의 아들이다. 어떻게 커피에 입문하게 됐나.

"커피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이런 고차원의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