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열로 간장 만들고… 사탕수수로 페트병 제조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의 샘표식품 이천 공장은 국내에서 가장 큰 간장 공장이다. 한해 8만kL에 이르는 간장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국내 연간 간장 소비량(16만~20만kL)의 40~50%에 해당한다. 최근 이 공장에서는 간장을 만드는 과정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간장의 주원료인 콩을 살균하거나 찌는 데 태양열을 사용하고, 남은 건더기는 가축의 사료로 활용하고 있다.

◇태양열로 만든 간장, 폐열로 찐 햇반

간장은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찐 콩으로 메주를 쑤고, 이를 소금물에 담가 발효 탱크에서 숙성시킨 뒤 살균 과정을 거쳐 비로소 탄생한다.

콩을 찌고 볶을 때와 살균할 때에는 상당량의 열이 필요하다. 샘표는 2010년 이천 공장 옥상에 총 면적 489.6㎡의 태양열 집열기(태양에너지를 모으는 집열 장치)를 설치했다. 집열기에 모인 태양에너지는 간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콩을 찌고 볶는 데 필요한 열에너지로 공급한다.

이 태양열 집열기에 모이는 에너지는 하루 평균 85만1000kcal(킬로칼로리). 그 결과 연간 3만5770L의 석유를 덜 쓰고 약 9만4000㎏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해마다 약 1만8800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효과와 같다.

간장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도 철저히 재활용한다. 메주와 소금물로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쳐 간장을 짜고 나면 '간장박(장유박)'으로 불리는 메주 건더기가 남는다. 이 공장에선 하루에 약 7t가량 나온다. 이 간장박을 열에너지와 가축 사료로 재활용하고 있다.

간장박을 태울 때 나오는 고온의 열은 생산 공정에 다시 활용해 연간 6억원 규모 석유를 절약하고 있다. 또 태우지 않는 간장박은 다양한 영양소와 염분이 들어 있어 가축이 먹는 사료로 사용한다. 과거엔 그냥 버렸던 간장박이 열 공급원과 사료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오경환 공장장(상무)은 "처음엔 청정 간장을 만든다는 목표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간장을 만드는 공장과 전체 생산과정이 친환경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샘표 공장 사례처럼 친환경 공정을 적용해 식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최근 꾸준히 늘고 있다.

CJ제일제당도 즉석밥 '햇반' 생산 과정에 탄소배출을 줄이는 공정을 도입했다. 이 제품은 2년 만에 탄소감축률 27.4%를 달성해 정부로부터 저탄소 인증을 받았다. 햇반이 생산되는 이 회사 부산공장에는 폐기물 소각장에서 나온 폐열을 이용해 스팀을 만드는 스팀 제너레이터 장치가 설치됐다. 여기서 나온 스팀을 햇반 생산에 활용하는 것이다.

풀무원 계열사인 올가홀푸드는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되는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 대신 생선을 발효시킨 생선 액비(液肥·액체 거름)처럼 천연비료를 사용해서 생산한 유기 농산물만 공급하고 있다. 유기농법을 20~30년간 고집한 농가를 발굴해 농산물을 납품받는 '올가 마이스터'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식품기업도 친환경 생산 나서

농업과 식품 분야에서 한 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엄청난 수준이다. 국제농업개발연구협의단(CGIAR)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식품 산업과 농업 분야에서 연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전 세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절반에 가까운 170억t에 이른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식품 업계도 이산화탄소 감량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코카콜라는 2015년까지 100%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페트(PET) 용기를 개발키로 했다. 석유화학 물질인 페트가 지구환경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성 페트용기의 주원료로는 사탕수수와 식물의 줄기, 나무껍질, 과일 껍질을 사용할 예정이다. 코카콜라가 1단계 성과로 내놓은 친환경 용기 '플랜트보틀(Plant Bottle)'은 병 재료의 30%가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식물성 소재로 이뤄졌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플랜트보틀을 20개국에 보급해 작년에만 석유 16만 배럴과 이산화탄소 6만3025t을 줄였다"며 "1만2000여대의 자동차가 운행하지 않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설명했다.

초콜릿 브랜드 '스니커즈'와 '엠앤엠스'로 유명한 미국 식품기업 마즈는 2015년까지 물 사용량을 25%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현재 약 18%까지 줄였다.

네슬레는 칠레에 설립한 네스카페 그라네로스 공장에서 변신을 꾀하고 있다. 1936년부터 커피와 유아식을 생산해 온 이 공장은 '최악의 이산화탄소 배출 공장'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친환경 시설을 하나 둘 도입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만t 줄이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