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완의 사이언스 카페] 물에 빠진 도시를 구하라
입력 : 2012.11.07 22:19
뉴욕은 바닷물 막을 대책 논란 중 '방벽 건설'과 '親환경 대안' 대립
해안 습지, 굴 양식도 대안 떠올라 伊선 水門 세우는 '모세 프로젝트'
지하수 복원해 땅 높이자는 주장도 日 센다이시 자연순응 재건案 추진
세계 제1의 도시라고 자부하던 뉴욕도 허리케인 '샌디'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높이 4m의 해일에 주변 강들이 범람하자 세계 경제의 중심지 월스트리트도 물에 잠겼다.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터널은 물에 잠겨 거대한 수로(水路)가 됐다. 샌디는 한 세기에 한 번 정도 올 만한 위력이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당분간은 안심해도 된다고 말하기엔 상황이 좋지 않다.
지구온난화로 극지(極地)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기온이 섭씨 2도 오르면 해수면이 9m나 상승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진 기상이변은 그 전조(前兆)일지도 모른다. 물에 잠긴 뉴욕은 지난해 3월 일본 동북부를 휩쓴 지진 해일의 기억을 되살렸다. 어떻게 하면 도시를 바닷물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까.
샌디가 지나가고 한쪽에서는 바닷물을 막을 방벽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방벽에 찬성했다. 다른 쪽에서는 자연에 순응하는 친(親)환경적인 방안이 시급하다고 반박했다.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이쪽에 섰다.
방벽 측의 롤 모델은 이탈리아 베네치아다. 베네치아는 아드리아해와 마주한 석호(潟湖) 안에 있다. 그러다 보니 도시가 생겨날 때부터 바닷물과 싸워왔다. 게다가 최근에는 땅마저 가라앉고 있다. 공업용수로 지하수를 남용한 탓이다. 1950년에서 1970년 사이에 12㎝나 가라앉았다. 이제는 과거보다 그리 심하지 않은 범람에도 도시가 침수될 위기에 빠진다.
2003년 베네치아는 바닷물을 막을 거대한 수문(水門)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바로 '모세(MOSE) 프로젝트'다. '실험적 전기기계 모듈'이란 뜻의 이탈리아어 약어(略語)이지만, 홍해를 갈라 유대인을 탈출시킨 구약성서의 모세를 연상시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수문은 바닷물이 넘나드는 석호의 통로 세 곳에 78개가 세워지고 있다. 크기는 높이 28m, 너비 20m, 두께 5m다. 평소 수문은 바다 밑바닥에 누워 있다. 내부는 바닷물로 채운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수문 내부로 압축 공기가 주입되고 바닷물을 밖으로 뿜어낸다. 공기로 수문을 띄우는 것이다. 수문은 30분 만에 몸을 일으켜 10층 높이 댐이 된다. 바닷물이 빠지면 다시 수문에 바닷물이 채워져 15분 만에 가라앉는다.
지구온난화로 극지(極地)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기온이 섭씨 2도 오르면 해수면이 9m나 상승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진 기상이변은 그 전조(前兆)일지도 모른다. 물에 잠긴 뉴욕은 지난해 3월 일본 동북부를 휩쓴 지진 해일의 기억을 되살렸다. 어떻게 하면 도시를 바닷물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까.
샌디가 지나가고 한쪽에서는 바닷물을 막을 방벽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방벽에 찬성했다. 다른 쪽에서는 자연에 순응하는 친(親)환경적인 방안이 시급하다고 반박했다.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이쪽에 섰다.
방벽 측의 롤 모델은 이탈리아 베네치아다. 베네치아는 아드리아해와 마주한 석호(潟湖) 안에 있다. 그러다 보니 도시가 생겨날 때부터 바닷물과 싸워왔다. 게다가 최근에는 땅마저 가라앉고 있다. 공업용수로 지하수를 남용한 탓이다. 1950년에서 1970년 사이에 12㎝나 가라앉았다. 이제는 과거보다 그리 심하지 않은 범람에도 도시가 침수될 위기에 빠진다.
2003년 베네치아는 바닷물을 막을 거대한 수문(水門)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바로 '모세(MOSE) 프로젝트'다. '실험적 전기기계 모듈'이란 뜻의 이탈리아어 약어(略語)이지만, 홍해를 갈라 유대인을 탈출시킨 구약성서의 모세를 연상시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수문은 바닷물이 넘나드는 석호의 통로 세 곳에 78개가 세워지고 있다. 크기는 높이 28m, 너비 20m, 두께 5m다. 평소 수문은 바다 밑바닥에 누워 있다. 내부는 바닷물로 채운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수문 내부로 압축 공기가 주입되고 바닷물을 밖으로 뿜어낸다. 공기로 수문을 띄우는 것이다. 수문은 30분 만에 몸을 일으켜 10층 높이 댐이 된다. 바닷물이 빠지면 다시 수문에 바닷물이 채워져 15분 만에 가라앉는다.
프로젝트 측은 2014년 수문이 완공되면 1년에 3~5차례 가동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해수면 상승이 계속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2010년 기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이면 해수면이 28㎝ 상승해 수문을 1년에 35번이나 세워야 한다. 운영비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 피해도 심해질 것이다. 프로젝트 초기부터 환경보호론자들은 수문이 바닷물의 흐름을 바꿔 바다와 습지 생태계를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탈리아 파도바대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모세 프로젝트를 위기에서 구할 방법을 내놓았다. 간단히 말해 베네치아의 650~ 1000m 아래 점토층에 바닷물을 부어넣어 땅을 부풀리자는 것이다. 베네치아가 가라앉는 것이 지하수 남용 탓이니 다시 물을 넣으면 해결된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땅이 높아지면 모세 가동 횟수를 연간 4회로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도 오래전부터 해일에 대비한 방벽을 세워왔다. 하지만 지난해 지진 해일 당시 동북 지역의 300㎞ 방벽 중 180㎞가 휩쓸려 갔다. 도호쿠대의 이와무라 교수는 좀 더 경제적이고 자연 순응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핵심은 어차피 바닷물이 들이닥칠 곳은 비우고 자연의 힘에 맡기자는 것이다. 먼저 해안방벽은 현재 6m에서 7.2m까지만 높인다. 그 뒤엔 200~400m 폭으로 20~30㎞에 걸쳐 방수림(防水林)을 조성한다. 숲은 바람과 모래도 막을 수 있다. 지진해일 당시 나무가 쓰러져 오히려 피해를 줬다는 주장도 있지만, 흙을 북돋우면 지진해일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이와무라 교수는 반박했다.
대신 해안도로는 해수면 2m에서 6m로 크게 높인다. 방수림과 해안도로 사이에는 공장과 사무실만 허용하고 주택은 금지한다. 지난해 지진해일 당시 기업이나 공장보다 주택에 사는 개인의 대피가 어려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안도로 안쪽 도시 접경지대에는 주택을 허용하되 수상(水上)가옥처럼 1층은 주차장으로 쓰고 2층에 사람이 사는 형태로 바꾼다. 이와무라 교수는 이런 식으로 하면 침수지역을 60%나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에서도 자연에 기댄 침수 대비책들이 나오고 있다. 침수 피해가 극심했던 맨해튼 남쪽 지대에는 습지를 조성해 바닷물이 범람할 때 완충지대로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 해안에 인공 암초를 만들어 1차로 바닷물의 에너지를 감소시키자는 주장도 나왔다. 암초에 굴을 키우면 그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굴은 수질 정화 효과도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다. 이런 다양한 방법 중 어느 것이 도시를 정말로 구할지 두고 볼 일이다.
이탈리아 파도바대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모세 프로젝트를 위기에서 구할 방법을 내놓았다. 간단히 말해 베네치아의 650~ 1000m 아래 점토층에 바닷물을 부어넣어 땅을 부풀리자는 것이다. 베네치아가 가라앉는 것이 지하수 남용 탓이니 다시 물을 넣으면 해결된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땅이 높아지면 모세 가동 횟수를 연간 4회로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도 오래전부터 해일에 대비한 방벽을 세워왔다. 하지만 지난해 지진 해일 당시 동북 지역의 300㎞ 방벽 중 180㎞가 휩쓸려 갔다. 도호쿠대의 이와무라 교수는 좀 더 경제적이고 자연 순응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핵심은 어차피 바닷물이 들이닥칠 곳은 비우고 자연의 힘에 맡기자는 것이다. 먼저 해안방벽은 현재 6m에서 7.2m까지만 높인다. 그 뒤엔 200~400m 폭으로 20~30㎞에 걸쳐 방수림(防水林)을 조성한다. 숲은 바람과 모래도 막을 수 있다. 지진해일 당시 나무가 쓰러져 오히려 피해를 줬다는 주장도 있지만, 흙을 북돋우면 지진해일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이와무라 교수는 반박했다.
대신 해안도로는 해수면 2m에서 6m로 크게 높인다. 방수림과 해안도로 사이에는 공장과 사무실만 허용하고 주택은 금지한다. 지난해 지진해일 당시 기업이나 공장보다 주택에 사는 개인의 대피가 어려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안도로 안쪽 도시 접경지대에는 주택을 허용하되 수상(水上)가옥처럼 1층은 주차장으로 쓰고 2층에 사람이 사는 형태로 바꾼다. 이와무라 교수는 이런 식으로 하면 침수지역을 60%나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에서도 자연에 기댄 침수 대비책들이 나오고 있다. 침수 피해가 극심했던 맨해튼 남쪽 지대에는 습지를 조성해 바닷물이 범람할 때 완충지대로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 해안에 인공 암초를 만들어 1차로 바닷물의 에너지를 감소시키자는 주장도 나왔다. 암초에 굴을 키우면 그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굴은 수질 정화 효과도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다. 이런 다양한 방법 중 어느 것이 도시를 정말로 구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