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 손목에 착 감긴 '첨단' 그에겐 무기도 스타일이다

올해로 50년을 맞은 영화 007 시리즈의 23번째 작품 '스카이폴'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면서 반세기를 이어온 '제임스 본드 스타일'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에 오르고 있다.

'남자의 결정체' 제임스 본드에겐 비싼 차가 있고, 예쁜 여자친구도 있으며, 잘 빠진 슈트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이 본드로부터 뺏어오고 싶었던 건 차도, 양복도, 여자도 아니었다. 손목에 무심한 듯 걸쳐진 그의 시계였다.

본드의 시계는 시간을 보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의 시계는 작지만 견고하다. 위급한 순간에는 레이저도 쏘고 칼날도 튀어나온다. 몸체가 매끈하고 색은 은은하다. 제 할 일을 다 하면서도 품위와 멋을 잃지 않는 게 마치 제임스 본드 그 자체 같다. 그의 시계는 '제2의 본드'나 다름없다.

◇레이저빔에 화살촉까지 쏘는 시계

본드걸 베스퍼 린드(에바 그린)가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의 손목을 보고 "롤렉스?" 라고 묻자 본드는 눈길도 돌리지 않은 채 무심하게 대답한다. "오메가."

본드는 초창기서부터 롤렉스, 세이코, 브라이틀링, 해밀턴 등 여러 시계 브랜드를 섭렵했다. 1995년 007시리즈의 16번째 작품 '골든 아이' 때부터 오메가가 본드의 시계로 등장했다. 007 제작진은 "해군 특수부대 출신이자 진중한 신사인 본드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는 브랜드라는 판단에 오메가를 본드의 시계로 낙점했다"고 한다.

1995년부터 2002년 '어나더 데이'까지 본드와 함께한 시계는 오메가의 프로페셔널 다이버 워치인 '시마스터 다이버 300M'이다. 이 모델은 역회전 방지 베젤, 헬륨 방출 밸브, 스크래치 방지 처리된 사파이어 크리스털 등 전문 다이버들을 위한 기능을 모두 갖추었다. 본드의 시계이다 보니 영화에서만 선보이는 특수기능들도 있다. '골드아이'에선 시계의 베젤에서 레이저 빔이 나왔고, '네버다이'(1997) 시계에는 다이너마이트 폭발 조절 장치가 있었다. '어나더 데이'에선 이 둘이 합쳐져 얼음도 자를 수 있는 레이저빔과 기폭 스위치가 함께 들어 있었다. 가장 실용적인 것은 '어나더 데이'에서 선보인 '화살촉 시계'다. 시곗줄을 누르면 화살촉이 튀어나간다.

◇'건베럴 오프닝' 새겨진 한정판도 출시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작인 '스카이폴'에서 본드가 차고 나온 시계는 '시마스터 플래닛 오션 600M'이다. 오메가의 다른 플래닛 오션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물속 활동에 최적화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다이버를 위한 단방향 회전 베젤(테두리)과 헬륨 방출 밸브, 600m 방수 기능이 있다.오메가는 '시마스터 플래닛 오션 600M 스카이폴'을 전 세계 5007개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7시 방향 인덱스(숫자 표시)를 007 로고로 처리했고 3시 방향에는 날짜창이 있다. 백케이스(시계 뒷면)의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통해 스카이폴 007의 로고와 함께 무브먼트(동력)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본드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본드걸들이 차는 오메가 시계도 캐릭터를 충실히 반영한다. 본드와 같은 MI6 요원으로 등장하는 나오미 해리스는 실용적이고 캐주얼한 '시마스터 아쿠아 테라'를 착용한다. 본드를 유혹하는 팜므파탈인 베레니스 말로이는 브레이슬릿(팔찌형) 제품인 '드빌 프레스티지'를 착용한다. 시계와 액세서리를 겸하는 여성스러운 모델이다.

오메가는 이와 별도로 007 시리즈 탄생 50주년을 기념한 '시마스터 다이버 300M 제임스 본드 50주년 한정판'도 내놨다. 시계 뒷면은 본드가 관객을 향해 몸을 돌려 총을 쏘는 007 특유의 '건베럴' 오프닝 장면을 본따 만들었다. 케이스 지름이 41㎜인 남성용과 36.25㎜인 여성용이 따로 있다. 여성용은 7시 방향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