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밭 하나 없는 홍콩, 11월은 와인천국

어둠이 내린 홍콩 빅토리아 항구 바닷물은 보석처럼 반짝였다. 마천루 조명은 홀로 빛나지 않고 바다와 밤과 '융합'했다. 세계적 관광·금융·쇼핑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홍콩의 힘은 이처럼 다양한 문화와 기술의 융합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20홍콩달러(3000원) 쿠폰으로 한 잔 마신 프랑스 보르도산 와인에는 홍콩의 오늘을 경축하는 '축제'의 맛이 담겨 있었다.

"1년을 참았어요. 세계 와인을 한자리에서 맛보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순 없죠."

지난 1일 오후 8시 30분 홍콩 구룡반도 서쪽 해변공원. 2~3명씩 짝을 이룬 인파가 공원 주변 인도를 뒤덮었다. 대기하는 줄이 족히 2~3㎞는 됐다. 한 시간 전부터 줄을 섰다는 미셸(41·홍콩 몽콕)씨가 종종걸음을 했다.

이들이 향한 곳은 '2012 홍콩 와인&음식축제' 행사장. 우리 돈 750원짜리 시음용 플라스틱 와인잔을 구입한 와인 애호가들은 프랑스·이탈리아 등 18개국 1400여종 와인을 맛보기 위해 208개 부스들을 누비고 다녔다.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을 제공하는 103개 음식 부스도 마련됐다.입장료는 무료. 다만 와인 시음을 위해선 한 잔당 1500원 또는 7500원 하는 쿠폰을 구입해야 한다.

홍콩관광청이 지난 1~4일 주최한 이번 축제에는 전 세계에서 18만명의 관광객이 몰렸다. 지난해보다 7만명 늘었다고 한다. 행사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면 홈페이지(www.DiscoverHongKong.com/WineDineFestival)를 방문해 각종 와인 정보라도 얻어보자.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홍콩을 '와인 소비의 킹콩'이라 했다. 포도밭 하나 없지만 오랜 무역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포도주 시장 중 하나로 성장했기 때문. 홍콩 정부가 2008년 2월 와인 면세제를 도입한 후 와인산업은 매년 70％씩 급성장 추세라고 한다.

홍콩관광청은 11월을 통째로 '와인과 음식의 달'로 정해 10여개의 관련 행사를 열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가이드북인 미슐랭으로부터 별점을 받은 음식점을 순례하기에 더 할 수 없이 좋은 시즌. 미슐랭에 소개된 홍콩 식당 235개 중 35개가 별점을 받았다.

먼저 와인과 함께 홍콩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축제'는 25일까지 열린다. www.FestivalOfRestaurants.hk 참조.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세파쥬(Cepage)'는 와인 특성에 맞는 음식을 맞춰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셰프 세베스티안은 "와인 저장고 3곳에 2000종의 와인 8000병을 보관 중"이라고 했다. (852)2861-3130, 23 Wing Fung Street.

'와인 박람회'(8~10일, www.hktdc.com/hkwinefair)도 다양한 와인을 한눈에 구경할 수 있는 기회다. 홍콩의 '홍대거리'인 란콰이퐁(Lan Kwai Fong)에서는 17~18일 와인과 음식을 즐기는 축제가 열린다.

홍콩의 음식·와인·레스토랑 정보는 홍콩관광청이 무료 제공하는 스마트폰 어플 'Food &Wine' 'Hong Kong Local Delicacy' 'HK 720'을 활용해 얻을 수 있다. 홍콩관광청 한국지사(02)778-4643, www.DiscoverHongKong.com/k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