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화·무역정책 불확실성 해소… 한국 경제엔 호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성공은 한국 경제에는 대체로 호재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롬니가 당선될 경우 우려됐던 공격적인 보호무역 정책과 이로 인한 통상 마찰 가능성, 그리고 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걷혔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은 특히 미국의 확장적 통화정책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반기고 있다. 이준규 기획재정부 대외경제자문관은 "롬니는 현재의 확장적 통화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날을 세웠는데 오바마의 당선으로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낮아졌다"며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미국이 돈을 풀어 미국 경기가 탄력을 받으면 세계경제와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것)를 통해 미국이 푼 돈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개도국에 흘러들어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 추세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수출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이준규 대외경제자문관은 "외화가 과도하게 유입될 경우 금융시장 교란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정책의 경우 중국을 비롯한 주요 대미 수출국에 대해 공격적이었던 롬니에 비해 오바마가 다소 유연한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오바마 정부 역시 대규모 무역 흑자를 내는 중국에 대해 환율 절상 등을 요구하며 압박하는 모양새를 지속하겠지만, 전반적으로는 개방적인 무역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 과정을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미국 내 기업들의 목소리가 커진 만큼 종전에 비해서는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될 전망이다. 코트라(KOTRA)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철강 등 일부 외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공공 조달에서 자국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등 보호무역 조치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대북 정책의 경우도 오바마의 기존 온건 노선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시장은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롬니는 핵 문제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대북 강경 정책을 천명했는데, 이런 대북 정책 변화에 따른 불안 요인이 줄어든 것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오바마가 6자회담 등을 통해 북한을 적극적으로 국제무대로 나오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북한과의 경제 협력이 활성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했던 신재생에너지산업이 탄력을 받아 태양광·풍력 등 국내 관련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석유·석탄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롬니가 당선됐더라면 태양광 등 새로운 에너지산업에 투자하던 국내 업계도 타격을 받았을 텐데 그런 위험 요인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종목이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