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개방 1년… 한류, 1000년 미용법도 바꿔

"한국 드라마가 미얀마 여성들의 얼굴에서 '다나까'를 사라지게 하고 있어요."

미얀마 대학생 웨이웨이아오(20)씨는 "한국 화장품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다나까'는 현지에서 자라는 나무에서 이름을 딴 전통 화장품. 자외선을 막아주고 청량감이 있어 미얀마 여성들이 1000여년 동안 애용해온 화장품이다. 웨이웨이아오씨는 "'사랑비' 같은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여배우에게 영향을 받은 젊은이들이 비비크림 같은 한국산(産) 화장품을 바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한류, 미얀마 젊은이들을 사로잡다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변하는 나라' 미얀마에서 최초의 대규모 한국상품전시회인 양곤한국상품전이 8일 막을 올렸다. 미국의 경제 제재 조치 해제를 앞두고 양곤 미얀마컨벤션센터(MCC)에서 열린 이번 행사엔 현지의 한류 열풍을 반영하듯 2000㎡의 행사장이 현지 바이어와 시민들로 가득 찼다. LG전자·포스코·기아차·농심 등 국내 기업도 55곳이 참여했다.

가장 인기를 끈 건 LG전자 부스에 설치된 84인치 3D TV였다. 3D TV로 소녀시대 뮤직비디오를 본 우민떼(30)씨는 "3D TV를 오늘 처음 봤는데 실제로 움직이는 것 같아 신기했다"고 했다.

우리의 맛도 인기였다. 농심 부스에선 직접 라면을 끓여 시민들에게 제공했다. 테즈인(25)씨는 "신라면의 매운맛은 미얀마 사람들의 입맛에도 맞다"고 말했다. 음식이 부패하기 쉬운 더운 날씨 탓에 락앤락 등 밀폐용기 부스도 큰 관심을 끌었다.

김춘섭 미얀마 한인회장은 "수퍼마켓에 가면 중국산이 대부분인데 품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현지인들은 좀 비싸도 한국 제품을 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은둔의 나라'였던 미얀마는 작년 3월 테인 세인 대통령의 민선 정부가 출범한 뒤로 각종 개혁·개방 정책을 펴고 있다. 미얀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문화상품은 바로 한국 드라마. 식민통치 탓에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있는 일본 드라마나 줄거리가 엉성한 중국 드라마보다 한국 드라마는 탄탄한 스토리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박철호 양곤 무역관장은 "여자가 남자 애인에게 한국 말로 '오빠'라고 부르는 게 미얀마의 오늘"이라며 "드라마에 나오는 짜장면과 소주를 먹는 게 젊은이들의 꿈일 정도"라고 말했다.

한류 효과는 각종 상품 판매로도 이어지고 있다. 린찌툰(37)씨는 "두 달 전에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를 45만차트(58만원)를 주고 샀다"며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꼭 사고 싶었다"고 했다. 현지 봉제공장 노동자의 월급여는 100달러(10만원) 수준. 그런데도 상당한 고가인 한국산 휴대폰은 젊은이들에게 최고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외식 프랜차이즈 성장 가능성 커

현지에선 외식 프랜차이즈도 유망한 사업으로 꼽힌다. 미국의 경제 제재 조치가 계속된 미얀마에는 맥도널드, 스타벅스 등 미국계 프랜차이즈가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외식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춘섭 한인회장은 "최근 '후지(Fuji)'라는 태국계 일식 레스토랑이 시내에 문을 열었는데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라며 "미얀마 사람들은 문화시설이 부족해 대부분의 여가를 외식으로 보내기 때문에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롯데리아도 현지의 한국계 제과점 프랜차이즈인 문베이커리와 손잡고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 초기인 만큼 전력·도로·통신 등 인프라 투자도 유망한 분야다. 국내에선 한국전력과 SK텔레콤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진출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