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야 놀~자] 법정관리와 워크아웃, 어떻게 다른가요?

법원, 웅진 법정관리인 역할 기존 경영진에 맡겨 〈조선일보 10월 12일자 B1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던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관리인 역할은 기존 대표이사가 맡는다. 서울중앙지법 제3파산부(재판장 이종석)는 11일 두 회사에 대한 기업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내리면서 "별도로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기업의 경영실적이 항상 좋을 수는 없습니다. 상황이 악화되다 보면 기업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기업은 그대로 문을 닫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기업이 문을 닫게 되면 주주는 투자한 돈을, 채권자는 빌려준 돈을, 종업원은 직장을 잃게 됩니다. 그동안 거래해 온 기업도 거래처를 잃고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해 온 소비자들도 불편을 겪게 될 겁니다. 할 수만 있다면 곤경에 처한 기업이 다시 정상을 회복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일입니다. 부실해진 기업이 스스로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때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이 바로 그것입니다.

◇법정관리와 워크아웃, 무엇이 다른가요?

법정관리는 법원이 주도해 부실기업의 회생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부실에 빠진 기업이나 해당 기업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은 회생을 시도하는 것이 나은지 파산시키는 것이 나은지 우선 검토합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시간과 노력을 들일 이유가 없겠지요. 그러나 회생을 시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법정관리를 진행하는 동안 기업을 경영할 관리인을 임명하고 법정관리를 시작합니다. 법정관리가 신청되면 일단 금융기관 채무와 상거래에서 발생한 채무가 모두 동결됩니다. 당장은 갚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법원이 지정한 관리인은 주주, 채권자 등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회생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갑니다. 채권의 만기를 조정해 천천히 나눠 갚도록 하고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거나 탕감하여 채무를 줄이기도 합니다. 자산을 매각하고 각종 비용을 줄여 자금을 마련합니다. 기업을 분할하거나 합병해서 기업구조를 효율적으로 바꾸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면 부실기업은 서서히 정상화되는 것이지요. 법정관리의 법적 명칭은 '기업회생절차'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에 그 요건과 절차가 정해져 있습니다.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많은 이해당사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워크아웃은 법원과 같은 공공기관의 힘을 빌리지 않고 부실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이 주도해 기업을 회생시키는 방식입니다.

우선 해당 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이 모여 부실에 빠진 회사를 살리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회사를 청산하는 것이 나은지 논의합니다. 기업을 회생시키기로 결정하면 금융기관들은 기업이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살펴보고 어떻게 기업을 개선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웁니다. 이 계획에 따라 금융기관과 기업이 각자 해야 할 일을 차례로 이행하게 됩니다. 금융기관은 이미 빌려준 돈을 나중에 갚도록 해 주거나 추가로 자금을 빌려줍니다. 때로는 빌려준 돈을 받는 대신 주식으로 받기도 합니다. 기업은 자산을 매각하거나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최대주주가 기업을 위해 본인의 주식을 내놓기도 합니다. 금융기관은 기업에 직원을 파견하여 계획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기업의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게 됩니다.

워크아웃은 금융기관과 기업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협조가 잘 이루어지면 법정관리보다 탄력적으로 그리고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또한 법정관리와는 달리 상거래채무가 동결되지 않기 때문에 하도급업체나 거래업체가 연쇄적으로 곤란을 겪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최근 워크아웃보다 법정관리가 크게 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근 들어 법정관리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 수가 2006년엔 76건이었는데 지난해에는 712건이나 됩니다. 워크아웃 건수는 별로 늘지 않았다고 하니 부실기업 대부분이 워크아웃보다는 법정관리를 선택하고 있다는 건데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예전에는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경영자는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2006년에 법이 바뀌면서 기존 경영자도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의 관리인이 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영권 박탈을 우려한 경영자가 법정관리를 기피하다가 회생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고, 회생과정에서 기존 경영자의 지식과 노하우를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중대한 문제만 없다면 법정관리 중에도 기존 경영자가 변함없이 경영권을 유지할 길이 열린 것입니다.

반면에 워크아웃을 할 경우에는 경영자가 물러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금융기관의 감독을 받아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따라서 경영자 입장에서는 법정관리가 워크아웃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법정관리의 채무동결 범위가 더 넓다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법정관리에서는 금융기관 채무와 기타 상거래채무가 모두 동결됩니다. 반면 워크아웃에서는 금융기관 채무만 동결됩니다. 상거래채무는 정상적으로 갚아나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는 법정관리의 경우 상거래채무조차 갚지 못할 때 선택하는 방법이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대적으로 홀가분한 상황에서 기업회생을 도모할 수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법정관리에 '패스트 트랙(fast track)' 방식이 도입된 것도 영향이 있습니다. 법정관리가 신속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기업가치를 조사하는 절차를 생략하고 반드시 열어야 하는 관계자 집회의 횟수도 줄였습니다. 또 채무가 일부라도 변제되기 시작되면 법정관리가 조기에 종결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제도로 인해 최대 10년까지 걸리던 법정관리가 빠르면 6개월 이내에도 끝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법정관리를 통하더라도 신속하게 회생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워크아웃에서는 채권자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는데, 기업의 회생보다는 대출금 회수에 급급한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당장 돈이 된다는 이유로 핵심적인 자산을 매각하거나 지나치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 기업이 성장동력을 잃게 되는 수도 있습니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많을 경우에는 의견이 충돌해 워크아웃 과정이 삐걱거리기도 합니다.

이렇다 보니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워크아웃보다는 법정관리를 선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면 법원은 행정력을 낭비하고 채권자, 주주, 종업원, 거래업체 등은 부당한 희생을 감수해야 하므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출자전환

금융회사가 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을 돌려받지 않고 해당 기업의 주식으로 바꿔주는 것을 말합니다. 일정 금액의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그 금액만큼의 주식을 가진 주주(株主)로 바뀌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기업 입장에선 부채는 줄고 자본은 증가하여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퀴즈

법원이 주관해 부실 기업의 회생을 도모하는 과정을 기업회생절차 또는 '○○○○'라고 합니다.

▲응모 요령 :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11월 14일(수) 오후 5시 마감, 11월 16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지난회 정답 : 은행 간〉

도서문화상품권 당첨자(권신태 김영배 김준호 김지환 김태헌 김희문 서강교 서병진 송복만 신영기 심대섭 유수진 윤상보 이경남 이미경 이미형 이지연 이희원 임영경 정동진 조규학 조연진 최경자 최정윤 최현영)

자본시장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
기사 문의는 (02)3771-0631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