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이 흐르는 서울역 만들겠다"

한국 철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서울역장이 탄생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11일 김양숙(44) 문화홍보처장을 새 서울역장에 임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역은 하루 30만명이 이용하는 국내 최대 역으로 서울역장에 여성이 임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역장은 전국 역장 중 유일하게 실장급 고위 간부가 맡는 자리다. 부산역과 동대구역 등은 그보다 낮은 처장급이 주로 역장으로 임명된다. 김 역장은 12일부터 서울역 근무 코레일 직원 107명을 이끌게 된다.

김 역장은 1987년 철도청에 입사한 뒤 서대전역장, 인사노무실 노경지원처장, 홍보문화실 문화홍보처장 등을 지냈다. 전남 고흥 출신으로 전남 순천여고를 졸업한 뒤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그해 철도청으로 발령받았고, 대전 한남대와 충남대 대학원을 마쳤다.

김 역장은 "그 당시엔 철도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다"며 "역사(驛舍)와 선로를 관리하고 매만지면서 국민의 애환이 깃든 철도에 대해 애정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코레일에는 전체 직원의 8% 정도가 여성이다. 본부장·실장·처장을 포함한 1급 간부 228명 중에는 5명이 여성이다. 코레일 첫 여성 본부장인 된 강칠순 코레일 인재개발원장이 가장 고위직이다. 김 역장은 "예전보다 여성 직원이 많이 늘었지만 앞으로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철도에 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1남1녀의 어머니기도 한 김 역장은 "충남대에 다니는 첫째는 남편과 대전에 살고, 이번에 수능 본 아들과 나는 서울역 관사에서 살 계획"이라고 했다.

김 역장이 서울역을 맡게 된 것은 문화홍보처장으로 일하면서 춘천역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점을 높게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춘천역 프로젝트는 지난 2월 서울과 강원 춘천을 잇는 준고속열차인 ITX-청춘 개통 이후 춘천역사의 디자인을 종합적으로 개선한 작업이다. 김 역장은 프로젝트를 맡아 무질서한 광고를 줄이고 승객의 동선을 고려해 시설물을 다시 배치했다. 역사 외부에 대형 시계를 설치하고 각종 안내판도 정비했다. 지역 특산품 판매장을 마련해 지역 경제에도 바람을 불어넣었다. 코레일은 서울역에도 이 같은 디자인 경영 방법을 도입해 서울역을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재창조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 등과 협의해 서울역 주변 광장을 도심 속 '문화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다.

김 역장은 "서울역을 단순히 기차를 타는 곳이 아니라 문화의 향기가 흐르는 대한민국 대표 역으로 만들겠다"며 "역 안에 콘서트장과 갤러리 등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문화 행사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이날 용산역세권 개발과 여행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경영총괄본부를 신설하고 김복환 여객본부장을 신임 경영총괄본부장으로 임명하는 등 간부 23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