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험 해당 안되는 경증 치매, 자기 돈 내면 '돌봄센터' 이용 가능해져

서울 마포구 만리재 옛길에 있는 마포구립노인종합복지관. 지난 9일 오전. 토요일인데도 4층 건물의 1층 데이케어센터(주간돌봄센터)에 아침 9시부터 할머니들이 모여든다. 데이케어 센터에서 운영하는 승합차를 타고 내린 92세의 이모 할머니. 작년에 치매로 장기요양보험 최하등급인 3등급을 받아 이곳을 1년간 이용했었다. 할머니는 올해 심사에선 치매 상태가 좋아져 등급 판정을 받지 못했다. 등급을 못 받으면 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할 자격이 없어진다. 그러나 서울시가 올해부터 자기 돈을 내면 이용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꿨다. 대신 이용료가 매월 27만5000원씩으로 비싸졌다.

데이케어센터는 낮 시간 동안 집과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곳이다. 주로 3등급 판정을 받은 경증 치매환자들이 많아 재활 치료와 각종 놀이 치료를 통해 재활을 돕는다. 맞벌이 부부들이 많아지면서 올해부터 밤 10시까지 문을 열고, 토요일에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서울 시내에만 이런 곳이 171곳. 서울시 관계자는 "주간 시설을 이용하면 집에서 혼자 있는 것보다 여러 사람과 섞여 생활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재활치료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TV를 보며 저마다 콩과 팥이 섞인 그릇에서 콩과 팥을 일일이 구분해 서로 다른 접시에 옮겨 담기 시작했다. 치매 예방과 치료 차원에서 머리 쓰는 일을 하는 것이다.

오후 프로그램은 노래 부르기. 자원봉사 나온 남자 고등학생 2명이 노래방 기계 앞에 서자, 요양보호사들이 할머니들의 손을 이끌어 노래 반주에 맞춰 춤추기 시작했다.

이곳의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색칠교실, 한자 쓰기, 음악교실, 웃음치료 등…. 매주 목요일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목욕도 시켜준다. 할머니들은 요양보호사가 "하나, 둘" 외치는 구령에 따라 체조를 시작했다.

무릎을 손으로 10번씩 치기, 어깨 치기, 발 꺾기, 정강이 치기 등이 30여분간 이어졌다. 요양보호사가 손 돌리기를 하라고 하자 한 할머니는 "그건 못 따라 하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할머니들은 오후 5시가 되자, "좋아졌네, 좋아졌어, 이리 보아도 좋아졌고…"라는 '좋아졌네' 노래를 합창하며 집으로 향해 떠나는 데이케어센터의 승합차에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