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 사나이, 바둑리그까지 평정

'세기의 승부사' 차민수(61)씨가 2012 한국바둑리그서 소속 팀 한게임의 감독을 맡아 우승을 이끌어내며 또 한 번 '대박'을 터뜨렸다. 한게임은 12일 끝난 신안천일염과의 결승 최종 3차전에서 승리하면서 2승 1패의 전적으로 우승했다. 역대 최다인 10개 팀이 장장 7개월간 치고받은 올해 정규리그에 이어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선수들이 열심히 잘 따라와 준 결과지요. 나는 별로 한 게 없어요."

차 감독의 겸손이다. 하지만 바둑계는 선수 선발부터 분위기 관리, 오더, 전략 등에 걸친 차 감독의 치밀한 운영 원칙이 우승 비결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4월 선수 선발 때 그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예들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 '시리즈 결승타'를 친 이동훈과 락스타(2군리그) 영웅 김세동을 발탁했다.

올 시즌 중 스쿠버 다이빙, 낙하산 체험, 승마 등을 즐겨본 바둑리거는 한게임 선수들뿐이다. 결승전 날엔 소녀시대, 보아의 사인이 담긴 CD를 선물 받고 사기충천했다. 차 감독은 이에 그치지 않고 "꼭 우승해 전원이 미국에 놀러 가자"며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했다. 한게임 선수단은 올 연말 미국 관광에 나선다.

최종전 출전 오더는 '승부사 차민수'의 결정판이었다는 평이다. 이세돌·백홍석 등 상대 '투톱'의 초반 기용을 예측하고 주장 김지석으로 맞불을 놓는 전략이 적중했다. 최종 5국에 이동훈을 배치한 것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지만 이 14세 소년이 대미를 장식했다. 차 감독은 "동훈이는 워낙 침착한 데다 어릴수록 부담감이 적다고 봤다"고 털어놓았다.

1996년 슬림진스 월드포커토너먼트 우승 등 10여년 동안 세계적 포커 선수로 활약했고, 프로기사로도 두 차례나 세계 8강에 들었다. 그의 스토리는 2003년 '올인'이란 TV드라마로 만들어져 공전의 히트를 쳤다. 지난해까지 대학에서 카지노 산업 경영을 가르치다 요즘 사업(경원비전)에 전념 중인 그는 "바둑리그 우승 염원을 이뤘으니 이제는 후배들에게 감독 자리를 넘길 생각"이라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