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이어 갈치마저… '국민 생선'이 물가상승 주도

'국민 생선'이었던 갈치는 지난주 이마트에서 마리당(300g) 9800원을 기록했다. 3년 전보다 26% 올랐다. 100g 단위로 환산하면 3270원으로, 한우 불고기(3200원)보다도 비싸졌다. 몸통이 은빛이라 '은(銀)갈치'라는 별칭이 있는데, 요즘은 '금갈치' 혹은 '다이아몬드 갈치'로 불릴 정도다. 은갈치는 서해에서 잡히는 먹갈치와는 다른 종류로, 주로 제주도 근해에서 잡힌다.

갈치뿐 아니다. 12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 따르면, 가자미·낙지·바지락 등도 작년 대비 최고 80%대까지 껑충 뛰었다. 수산물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피시플레이션(fishflation)' 현상이 겨울철 서민 밥상을 위협하는 것이다.

◇피시플레이션 시작됐다

통계청이 올 8월 발표한 어업 생산 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연근해 갈치 어획량은 8516t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2% 감소했다. 매년 6만~8만t 정도 수준을 유지하던 것이 뚝 떨어지는 바람에 가격이 오름세다.

방어도 2010년 11월 4792t이었던 어획량이 작년 11월 669t으로 줄면서 가격이 2배가량 뛰었다. 곽명엽 롯데마트 수산담당 대리는 "올해 제주 연근해 수온이 평년보다 4도 오르면서 방어의 천적인 상어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치는 지난달 제주도 추자 해역 어획량이 56t으로, 작년 같은 기간(63t)보다 11% 떨어졌다. 수협 등에서 작년보다 약 18% 가격이 오른 ㎏당 8000원에 거래된다. 김은 한 묶음당 가격이 작년 대비 10% 이상 오른 4440원이다.

여름철 수온이 높아 대풍(大豊)일 것이라 예상됐던 꽃게마저 9월 중순 암게 마리당 가격이 5000원대에서 이달 들어 1만3500원까지 치솟았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해 가을 어기 꽃게 어획량이 많았는데, 앞선 해에 너무 많은 양을 잡은 탓에 산란 개체 수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해수면 온도 상승 등 자연적인 요인도 수산물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기준으로 지난달 굵은 건멸치(1.5㎏) 가격은 1만1100원으로 8월(9000원)보다 23.3% 올랐다. 이마트 김상민 수산바이어는 "멸치는 13~23도 수온에서 가장 잘 자라는데, 올 7~8월엔 수온이 23도를 넘기는 바람에 어획량이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국내 멸치잡이 주요 어장인 남해안에 발생한 적조 현상과 해파리 출몰로 조업이 어려웠던 탓도 있다.

8월 말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영향도 컸다. 전국 전복 생산량의 81%를 차지하는 전남 완도군에선 태풍 '볼라벤'과 '덴빈' 때문에 양식장의 22%가 피해를 봤다. 현재 롯데마트에선 활(活)전복 1마리(50g)가 작년 같은 기간(3800원)보다 23.7% 오른 4700원에 팔리고 있다.

세발낙지도 태풍 때문에 가격이 오른 수산물이다. 남부 지방에 태풍으로 바람이 세게 불면서 낙지잡이 배들이 조업을 나가지 못하게 되자, 지난해 목포 산지에서 마리당 2000~2400원 하던 것이 올해는 3800~4200원으로 두 배가량으로 올랐다.

◇갈치·명태 등 수산물 귀해져

최근엔 겨울철 탕(湯) 요리 대표 주자인 명태도 귀한 몸이 됐다. 공급이 달려 대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탕류 생선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대구일 정도다. 한때 "산처럼 대량으로 잡힌다"고 해서 '산(山)태'라고도 불렸지만, 최근 남획과 수온 상승 때문에 어획량이 뚝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국내 밥상 물가를 위협하는 피시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남획과 지구온난화, 수산물 소비 급증으로 어족 자원이 고갈돼 2015년엔 약 1000만t의 수산물이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피시플레이션에 대비해 국내 수산물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 초 "수산물 자급률을 지난해 75%에서 2020년까지 83%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피시플레이션

수산업(fisheries)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쳐 만든 신조어. 수산물 가격이 급격히 올라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을 말한다. 농산물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현상은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