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멸종 43년 만에… 텃새로 돌아오는 황새

충북 청원군 강내면 한국교원대 교정에는 천연기념물 제199호, 멸종위기 1급 국제보호조인 황새를 집단으로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장소가 있다. 교원대 부설 황새복원연구센터가 운영하는 황새사육장이다. 대학 뒤편 학군단 건물 옆 비포장 산길을 돌아가면 1만㎡의 부지에 15개 사육장을 갖춘 황새 보금자리가 나온다. 암놈 68마리, 수놈 59마리 등 모두 127마리의 황새 가족이 산다. 1996년 황새복원사업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 일본, 독일 등에서 들여온 어미들이 새끼를 낳으면서 식구가 불어났다.

한국교원대는 15일 오후 교내 교원문화관 대강당에서 김주성 총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찬 문화재청장, 최승우 예산군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반도 황새 야생복귀를 위한 협약식을 갖는다. 교원대는 내년 8월까지 예산군에 황새 암수 60마리(30쌍)를 기탁하고, 예산군은 광시면 대리 일대 13만㎡의 농경지에 180억원을 들여 황새사육장과 야생화 훈련장, 전시교육시설을 짓고 황새 텃새화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예산에 실제로 황새가 방사되는 날은 2014년 4월 4일로 예정돼 있다. 지난 1971년 충북 음성에서 발견된 마지막 황새 한 쌍 가운데 수놈이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은 날(4월 4일)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이후 혼자 남아 있던 '과부 황새'가 1994년 서울대공원에서 죽으면서 한반도의 텃새 황새는 멸종됐다. 이번 복귀 사업이 성공할 경우 멸종 43년 만에 '텃새로서의 황새'가 한반도에 정착하게 된다.

그동안 교원대 황새사육장을 관리해 온 현만수(57) 사육실무관은 "한반도에서 사라진 텃새 황새가 다시 날아오르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며 "하지만 마음이 안 놓여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남한의 황새는 경기 여주, 충남 예산, 충북 음성군 등지에서 번식했으나 6.25를 거치면서 황새 둥지인 수령 100~200년의 큰 나무들이 사라지고 농약 등으로 서식지가 파괴되며 자취를 감췄다. 한국교원대가 그동안 진행해온 황새 복원 사업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개체 수 조기 증식을 위해 어렵사리 산란을 시켜 인공부화를 시도했지만 모두 죽었고, 결국 자연부화로 더디게 번식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인공연못이 얼지 않도록 한겨울에도 지하수를 끌어올려 순환 작업을 계속해 왔다.

황새 야생 방사 예정지인 예산군 광시면 대리, 시목리 일대 농민들은 황새 복원을 위해 150㏊의 논에 유기농 쌀 생산단지를 만들고 올해 처음 '황새의 춤'이라는 쌀도 생산했다.

교원대 황새복원센터 박시룡 교수는 "이번 예산군과의 협약식은 역사적인 한반도 황새 야생 복귀일까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