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신문화의 탄생'] [85] "이제 英語 모르면 패배자 됩니다"

'모던 현시대에 오인(吾人)에게 제일 필요한 언어는 영어에 재(在)하니… 제군에게 최량의 방법을 진(盡)하야… 정칙적(正則的·바른) 영어를 명고(名高)한 교사의 고심하에 통신교수코져….'

조선일보 1923년 6월 13일자에 실린 '경성통신영어학회'의 '영어강의록' 광고는 '조선문으로 간이평명(簡易平明)하게' 썼음을 강조했다. '통신교수'는 강의록을 정기적으로 배달해 가르치는 것.

강의록뿐 아니라 '영어 초학자를 위해 발음과 해석을 조선말로 유루(遺漏·빠짐) 업시 완전히 서술한' '영어독습초보'나 선생없이 배운다는 '무사자통(無師自通) 영어 문법' 같은 책 광고도 흔했다(1923년 4월 30일자 등). '영어의 지식은 쌀과 물가티 일상생활에 업지 못할 요구'요 '늙은이 젊은이나 영어를 모르면 지금 세상에는 암흑'이 된 시대가 됐으나(1931년 5월 23일자)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중등학교나 전문학교 입학은 '하늘의 별 따기'였기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한 사람을 겨냥한 광고 공세였다. 특히 1924년 조선제국대학이 개교하면서 학생들을 모집할 때 외국어 시험으로 영어와 독어를 치렀으나(1924년 1월 11일자), 이듬해 이름을 경성제국대학으로 바꾼 뒤엔 영어만 보면서(1925년 1월 10일자), 영어는 출세의 지름길인 경성제대에 가기 위한 필수 과목이 됐다.

당시 '영어 학습'의 최강자는 동경의 '정상(井上) 통신영어학교'. '정상'은 '모든 학교가 영어를 가르키고, 모든 지위 직업이 영어를 요구하는 금일, 아직 영어를 모르는 청년이 잇다면 그것은 자기 스스로 묘혈을 파는 것'이라고 위협(?)하거나(1930년 9월 27일자) 혹은 '청소년 제군은 엇제 영어를 안 배와서는 안이될가?' 그 이유를 조목조목 대면서(1933년 11월 30일자),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음기 보급이 늘자 발 빠르게 '귀로 익히는 방법을 써서 대평판된 본교 강의를 한번 손에 들어보라!!'고 권했고(1935년 12월 21일자), '레코-드로 영어를 숙달하는 방법'을 앞세워 '입신의 무기 영어를 정복'하라고 외쳤다(1936년 3월 29일자). '금일 이후 영어를 알지 못하는 분은 사회의 패잔자'요(1936년 8월 25일자) '입신의 제일자본을 갓지 못한 사람'으로(1937년 4월 13일자), '영어 인풀레 시대'가 도래한 오늘 '근무의 여가에' 시간을 쪼개 영어를 배워 '생애의 희망을 실현'하라는 등(1937년 9월 26일자 등) '정상'은 시의에 맞춰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광고 공세를 폈다.

일제하 난무하던 '영어 학습' 광고는 영국이 일제의 적국으로 바뀌면서 배영(排英)운동이 일어나고, 급기야 입학 시험에서 영어가 빠지면서(1939년 6월 16일, 7월 15일자 등) 수그러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