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도약 송도] 금융·컨벤션 모인 한국의 제네바 꿈꾼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요즘 축제 분위기다. 지난 10월 20일 '환경분야의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인천시와 시민들은 "송도가 진정한 국제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직장인 탁지영씨는 "송도는 공원과 친환경 건물이 많은 살기 좋은 도시"라며 "GCF라는 날개까지 달게 돼 송도가 중국 상하이나 홍콩 못지않은 국제도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김미연양은 "열심히 실력을 키워 송도에 들어올 GCF 사무국에서 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도는 연내 다시 한 번 희소식을 기대하고 있다. 바로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유치다. 서울시와 경합 중이지만 송도 입주가 유력한 상황이다. 국내 주도로 만들어진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와 녹색성장기술센터(GTC), 녹색성장대학원도 송도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지 올해로 10년을 맞은 송도는 지금 스위스의 제네바 같은 국제기구 도시를 꿈꾼다. 송도에는 이미 10개의 국제기구가 들어와 있다. 그러나 규모가 크지 않고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아직까지 국제기구 도시라고 부르기에는 미흡하다. 인천시는 앞으로 각종 국제기구를 송도에 적극 유치해 유럽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제네바와 같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제네바에는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국제노동기구(ILO)·세계기상기구(WMO)·세계무역기구(WTO)·유엔아동기금(UNICEF)·국제적십자위원회 등 20개가 넘는 국제기구들이 몰려 있다. 비(非) 정부기구만도 수백 개에 이른다. 세계적인 국제기구가 몰려 있는 덕분에 제네바는 국제도시로서의 명성을 누리고 있다. 국제사회 위상도 높고 수익과 일자리도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영세중립국인 스위스는 유럽의 중앙에 위치해 국제기구를 유치하기에 좋은 지정학적 조건을 최대한 활용했다"며 "인천도 많은 국제기구를 유치해 국제기구 도시가 되면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의 강대국들 틈에서 태평양 시대의 중심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GCF 사무국 유치가 경제뿐 아니라 안보 효과도 있다고 평가했다. 시 관계자는 "사무국을 유치로 경제적 효과도 크지만 국격 향상과 안전 보장 효과를 얻게 됐다"며 "서해상 북한 도발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GCF 사무국과 송도에 흩어져 있는 각종 국제기구를 연말 완공 예정인 아이타워에 입주시킬 예정이다. 추가로 유치하는 각종 국제기구도 아이타워에 입주시켜 국제기구 전용 건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인천시는 GCF 유치 덕분에 금융·관광·컨벤션 산업 등도 활기를 띠면서 송도가 진정한 국제도시 면모를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900조원이 넘는 GCF 기금의 경제적 효과도 상당할 전망이다. 사무국의 입주 인력도 처음엔 500여명이지만 점차 8000명까지 늘어나면 1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송도에 거주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100~120회 정도 국제회의가 열려 자연스럽게 인천이 홍보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GCF 유치 효과를 연간 약 3800억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국제병원, 대형 쇼핑몰, 외국인 지원기관, 문화시설 부족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녹색기후기금(GCF·Green Climate Fund) 개발도상국들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유엔 상설 국제기구이다. 2013년부터 선진국에서 1000억달러(한화 약115조원)씩 모아 2020년까지 8000억달러(약900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