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미얀마 러시… 비행기표 석 달치 동나

6200만명에 달하는 인구, 한반도의 3.5배 면적인 미얀마에 국내 기업이 진출 러시를 이루고 있다.

CJ는 그룹 차원에서 현지 사무소를 열고 물류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사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가스전 개발사업에 이어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시내에 1억5000만달러(1630억원)를 투자하는 호텔 건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 8일 양곤에서 만난 박정환 미얀마법인 대표는 "빠르면 두 달 안에 정부 측과 협의가 마무리될 것 같다"며 "롯데 등 국내외 호텔 체인에서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현지에선 삼성전자가 생산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효성도 연락사무소를 열었다.

◇떠오르는 미얀마, 한국에 기회의 땅 되나

"세계지도를 펴놓고 보세요. 이제 우리 기업들이 진출할 만한 곳은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미얀마는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을 거친 국내 기업들에 마지막으로 남은 기회의 땅인 셈이죠." 미얀마에서 13년을 지낸 이병수 CJ 지사장의 말이다.

미얀마는 군사정권이 장기집권하면서 경제개방이 늦었다. 그만큼 개발 여지가 풍부하다. 베트남 등 인접국가보다 인건비도 상대적으로 싸다. 불교문화의 영향을 받은 온순한 국민성도 국내 기업에 매력적이다.

KOTRA의 박철호 미얀마 양곤무역관장은 "미국이 100년, 일본이 50년, 한국이 30년 걸린 산업화를 10년이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곳이 미얀마"라며 "정부가 국내 기업을 보호하면서 단계적으로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얀마에는 한국 비즈니스맨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대한항공이 9월부터 주 4회 운항을 시작한 인천-양곤 직항편은 3개월 뒤까지 예약이 다 찼다. 하노이나 방콕에서 갈아타고 양곤으로 들어오는 항공편도 승객의 절반은 한국인이다. 대한항공은 주 7회 증편을 결정했다. 노선이 없는 아시아나항공도 취항을 추진 중이다.

김춘섭 재(在)미얀마 한인회장은 "요즘은 대사관 직원인지, 가이드인지 모를 정도로 한국 사람 상담이 늘었다"며 "특히 한국에서 사양산업을 하는 기업인들이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땅값 치솟고 인프라는 취약

미얀마에서 가장 큰 문제는 땅값이다. 공단을 조성해 외국기업 유치에 나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정부가 가진 땅이 부족하고, 그마저도 비싸다. 최근 개방 정책이 시작되자 중국 등 해외자본과 일부 부유층이 부동산 선점에 나서면서 시세를 끌어올린 탓이다.

포스코 현지법인은 최근 추진하던 공장 증설이 부지 임대료 때문에 난관에 부딪혔다. 땅 소유주인 정부 측이 1㎡당 월 임대료 3달러를 받다가 새 부지엔 5달러를 달라고 요구한 것. 김창규 법인장은 "포스코 해외사업장들의 임대료 평균이 1.5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며 "가격을 낮추기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과 아파트 값도 폭등하고 있다. 1년 전 월 2000달러였던 외국인 아파트 임대료는 현재 6000달러로 올랐다. 양곤 시내 호텔의 하루 숙박료는 60~70달러에서 200~250달러로 올랐다.

전기·도로·통신 등 기본 인프라 부족도 골칫거리다. 거리에서 가로등을 보기 어렵고, 시내 호텔의 엘리베이터도 수시로 가동이 중단된다. 하동완 재미얀마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은 "양곤 외곽에는 컨테이너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연결이 안 돼 있다"며 "기업들이 양곤 근처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금은 밀물과 썰물이 만나는 때

미얀마는 중국과 태국 등 5개국과 접해 있다. 중국이 인도양으로 나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미국이 유화책을 펴고 일본이 각종 인프라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중국과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20년간 현지에서 건설업을 해온 김국태 골든마이다스 사장은 "지금 미얀마는 마치 밀물과 썰물이 만나는 것처럼 변화가 심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양(量)'과 미국과 일본의 '질(質)'에 맞서 국내 기업들은 정서적인 유대감으로 미얀마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김창규 포스코 법인장은 "미얀마에선 전후(戰後) 기적을 이룬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며 "한국 여행을 가고 싶어하고, 한류 드라마를 보는 것을 즐기는 미얀마 사람들에게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