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함께 조국 하늘 지키게 돼 영광"

16일 충남 논산의 육군항공학교 연병장에선 12-2기 항공장교 양성반 수료식이 열렸다. 37주간의 교육훈련을 마친 18명 앞에 이 학교 군 간부들이 다가왔다. 정식으로 헬기 조종사가 된 것을 의미하는 항공장교 휘장을 직접 가슴에 붙여주기 위해서다. 이번 기수에서 배출한 여성 조종사 두 명 중 한 명인 이아름 중위(26·여군사관 55기)에게는 이 학교 항공군수학 교육대장 이원춘 중령(51·3사 18기)이 휘장을 달아줬다. 이 중위가 "충성! 감사합니다"라고 하자 이 중령은 짧게 "수고했다"고만 답했다. 수료식이 끝나자 이 중령은 이 중위에게 다가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름아, 이제 가족사진 찍으러 가자!"

이 중위는 이 중령의 딸이다. 이들은 육군 최초의 현직 '부녀(父女) 조종사'다. 이 중령은 "딸이 나처럼 헬기 조종사가 돼 내가 직접 항공장교 휘장을 붙여줄 줄 정말 몰랐다"고 했다.

1981년 임관한 이 중령은 이 중위가 태어나기도 전인 1984년부터 육군 헬기를 조종했다. 28년 동안 항공 중대장 및 대대장을 지내면서 전후방 각지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비행시간만 2000시간이 넘는다.

이 중위는 항공부대원의 숙소가 부대 안에 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헬기와 친숙했다고 한다. 이 중위는 "사고가 발생하면 헬기가 운항을 멈춰 부대가 조용해진다"며 "헬기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우리 아빠가 잘 있다'는 좋은 소식이었다"고 했다.

이 중위는 대학 졸업 후 2010년 10월 여군사관 55기로 임관해 정보통신병과 통신소대장이 됐지만, 아버지처럼 헬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 올 2월 육군항공학교에 입교했다. 아버지인 이 중령은 처음에는 딸의 결정에 반대했다고 한다. "헬기 조종사는 이론적인 지식도 갖춰야 하지만, 조종술도 연마해야 한다"며 "비행적성평가에서 불합격해 중도 탈락하기도 하는데 딸이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고 했다.

교육을 무사히 마친 이 중위는 UH-60(블랙호크) 조종사로 병력 및 물자 수송을 책임질 예정이다. 이 중위는 "앞으로 멋진 항공장교가 돼 아버지처럼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 하늘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이 중령은 "다른 초급장교에게 강조하는 것처럼 투철하고 확고한 국가관을 갖춘 장교로 성장하길 바란다"면서도 "가정을 이루는 것도 중요한 만큼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에도 신경을 좀 썼으면 한다"고 했다.

현재 육군에는 여군 조종사 30명, 부부 조종사 12쌍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