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담은 15초 CM송, 인기가요 안 부럽네

"조강지처가 좋더라~."

한 부탄가스통의 라디오 광고에 삽입돼 인기를 끈 일명 '조강지처송'이다. 최근 일렉트로닉 뮤지션 '요한 일렉트릭 바흐'가 이 CM송을 자신의 음반에 리믹스해 수록해 화제다. 인기 가요나 팝송이 CM송으로 쓰이는 경우는 있어도 역(逆)으로 CM송이 가요 음반에 쓰인 경우는 전례가 드문 일. 그만큼 광고 음악의 대중적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를 계기로 인기 CM송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요소들을 갖추고 있는지 집중 탐구해 봤다. '조강지처송'과 함께 올해 최대 히트 CM송으로 꼽히는 인기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통신사 광고 음악 '빠름빠름송'을 중심으로 알아본다.

①인기 CM송은 히트 공식은?

'조강지처송'과 '빠름빠름송'의 특징으로는 크게 ▲독창성 ▲시류를 읽는 센스 ▲제품과의 연관성이 꼽힌다.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김봉현 교수는 "경제 위기로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영화·드라마뿐 아니라 광고에도 아날로그 감성의 인간미를 담아내는 게 세계적 추세인데, 두 노래는 각각 라디오와 TV 매체에 맞게 창의적으로 사람 냄새를 담았다"고 했다. 빠름빠름송의 '빠름~빠름' 부분은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대표곡 '빠담 빠담'의 후렴 부분으로 원작자에게 사용료를 지급해 빌려 왔다. 또 통기타와 비슷한 우쿨렐레를 악기로 썼다. 이 노래를 만든 CM 제작사 '키스에프엠' 김용휘 대표는 "원곡이 한국의 애창 샹송이라는 점, '빠름'과 '빠담'이라는 노랫말의 비슷함 등이 시너지를 냈다"고 했다. '조강지처송'을 작사·작곡하고 부른 CM 제작사 '해피뉴이어' 김대중 음악감독도 "식당에서 매운탕 끓일 때 쓰는 서민적인 물건인 만큼 친근하게 어필하는 데에는 뽕짝 리듬이 적격이었다"고 했다.

②어떻게 만들고 누가 부르나?

전문 CM송 제작사들이 광고 기획사들의 외주를 받아 만든다. 제작사 소속 스태프들이 녹음과 프로듀싱을 맡고 가창과 연주는 업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10여명의 CM 전문 가수들과 전문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게 기본 줄기. 다만 광고주와 기획사, 제작사가 수차례 회의하는 과정에서 외부 인력을 수혈하기도 한다. '빠름빠름송'은 당초 정상급 성악가 A씨가 섭외 1순위였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고상한 것도 곤란하다'는 의견이 나와 결국 풋풋한 이미지의 버스커버스커로 낙점됐다는 후문. '조강지처송' 제작진은 '된장처럼 구수하게 꺾는 목소리를 찾지 못해' 결국 작곡자가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③제작비·가창자 몸값은?

600만~1000만원 정도면 무난한 CM송을 만들 수 있지만 부르는 사람의 몸값이 변수다. 전문 CM송 가수들은 보통 15초 한 곡에 30만~50만원 선이지만 K씨 등 '2~3초만 들어도 바로 얼굴을 떠올릴 수 있는' 개성 강한 목소리의 톱 가수는 2000만원 이상도 요구한다는 것. A급 세션으로 불리는 유명 연주인이 참여해도 제작비가 올라간다. 한 유명 광고음악인은 "광고주와의 친분 등으로 광고 음악에 뛰어들었다가 15초 안에 승부를 거는 CM송 속성을 이해하지 못해 실패한 유명 가수·작곡가들의 사례가 적지 않아 전문 인력에 대한 신뢰가 여전하다"고 했다.

④저작권은 누구에게?

CM송도 히트하면 일반 가요처럼 휴대전화 통화음·벨소리 등 짭짤한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런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저작권은 광고주가 갖는다는 게 광고계의 불문율이다. 광고주들 가운데는 CM송이 히트하면 작사·작곡가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사람들도 있으나 "극소수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주는 돈도 대개 식사 값 수준의 적은 금액"이라고 한다. 한 광고인은 "작곡가 입장에선 아쉬울 수도 있으나 CM송이 태생적으로 상업용으로 만들어진 데다 광고주·기획사·제작사가 함께 고민하며 만들어낸 공동 창작물이라는 인식이 강해 작곡가 등이 '이 노랜 내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