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프로 연주하는 아리랑 들어보실래요"

네덜란드의 정상급 하프 연주자 라비냐 메이예르(29)는 오는 29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서울시향과의 협연을 앞두고 '아리랑'을 편곡하고 있다. 그는 이날 협연을 마친 뒤 '아리랑'을 앙코르로 들려줄 예정이다. 그는 2009년에는 윤이상의 하프 독주곡을 자신의 음반에 담은 적이 있다. 메이예르는 13일 전화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한국 전통 노래들을 차곡차곡 편곡해 음반으로 내고 싶다"고 했다.

한국 음악에 대한 그의 관심은 태어난 지 2년 만에 친오빠와 함께 네덜란드 가정으로 입양됐던 자신의 이력에서 비롯했다. 사회복지사인 양아버지와 회계사인 양어머니는 첫딸을 낳은 뒤 이 남매를 입양했고, 다시 두 살 아래의 에티오피아 출신 남동생을 입양했다. 그는 "한국을 네덜란드에 처음 알렸던 하멜의 표류기도 읽었고, 거스 히딩크 축구 감독이 한국에서 영웅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네덜란드와 한국 사이의 문화적 가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번 내한 협연은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첫 방한 때 그는 한국의 친아버지를 공연에 초대했다. 메이예르는 전화 너머로 "선하고 겸손한 분 같았다. 당시 만남 이후로 조금은 더 성숙해지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마이어가 평화를 찾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조깅. 매주 세 차례 한 번에 10㎞씩 달린다. 그는 "감싸 안고 연주하는 이미지 때문에 흔히 하프를 여성적 악기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높이 1m80㎝와 무게 40㎏의 육중한 악기"라며 "하프를 다루려면 체력과 근육량도 필수적"이라며 웃었다.

8세 때 메이예르는 손이 현에 맞닿는 촉감과 감싸 안고 연주하는 모습 때문에 하프와 사랑에 빠졌다. 집에 악기가 들어온 첫날 밤부터 손가락에 물집이 잡힐 만큼 연습했다고 한다. 그는 "부모님은 피아노나 바이올린, 플루트를 추천했지만, 내게는 오로지 하프뿐이었다"고 했다.

메이예르는 14세 때인 1997년 네덜란드 하프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재능을 보였고, 2000년 브뤼셀 콩쿠르와 2004년 네덜란드 콩쿠르에서도 모두 1위 입상했다. 네덜란드 굴지의 클래식 음반사 채널 클래식스를 통해 이미 4장의 독집 음반을 발표했으며, 미국 뉴욕 카네기홀을 비롯해 세계 주요 무대에 독주자와 협연자로 서고 있다. 그는 "오케스트라의 합주 악기로만 알고 있는 하프가 독주 악기로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