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트렌드요? 날 선 사람들의 도시"

"2013년 트렌드요? 한마디로 '날 선 사람들의 도시'가 될 겁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49) 서울대 교수가 본업으로 돌아와 한국 사회의 내년 트렌드를 예측한 '트렌드코리아 2013'(미래의 창)을 펴냈다. 김 교수는 2006년 연말부터 새해 트렌드를 정리한 책을 매년 발표해왔다.

19일 간담회에서 그는 "내년은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지만 경기 침체는 계속되고,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사회·문화적으로 큰 이벤트가 없는 해"라며 "대세보다는 다양한 소비 트렌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회적 히스테리가 심해지면서 사람들은 서로의 신경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거리 두기를 시도하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할 겁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사적 복수'를 다룬 영화가 늘어났고 공권력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이런 스토리에 열광하고 있어요. 정보의 창구는 많아졌지만 믿고 싶은 것만 수집해서 믿는 극도의 편향성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책에서 그는 내년 트렌드를 이렇게 썼다. "신경질적인 기운이 감도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무의미한 난센스에 열광하고 뭐든지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소진(burn-out) 사회가 될 것이다. 혼자만의 휴식과 자아 찾기에 몰두하는 라운징(lounging) 소비가 늘어나며 특히 미각에 엄청난 투자를 쏟아붓고, '시즌' 개념이 무너져 계절이나 밤낮과 관계없이 자신만의 패션과 휴가를 즐기는 소비자가 많아진다. 이들은 누릴 수만 있다면 더 이상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100점짜리 제품과 서비스보다는 적절한 불편을 선택한다."

요약하자면 ①계속 날카롭고 치열해지는 한국 사회의 변화 ②그 속에서 몰두와 침잠으로 대응하는 개인적 대처 ③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대두다. 김 교수는 특히 북유럽식의 심플한 육아를 추구하는 '스칸디맘'이 몰려오면서 향후 10년간 심플, 모던, 친환경성, 실용성 같은 북유럽적 가치가 각광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유에서 향유로 가치가 바뀌면서 빌리고, 함께 쓰고, 나누는 소비가 시장을 바꾸고, 유해 물질과 스마트폰 중독으로부터 스스로를 정화하고 해독하려는 '디톡스' 열풍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했다.

"모든 것을 하얗게 불사르는 소진사회로 치닫는 것은 우려되는 현상입니다. 록페스티벌을 가도 지쳐 쓰러질 때까지 즐기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선 도전자들이 몸살이 날 정도로 연습하고 한 사람씩 떨어져 나가는 모습에 환호하는 것. 열정이라는 미명 아래 스스로를 학대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