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돈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해요"

"한국 교회는 내년 부산에서 세계 개신교계의 '영적(靈的) 올림픽'인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를 치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공공성과 도덕성을 갖추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개신교계의 대표적 교단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목회자 납세, 교회 세습 방지, 내년 WCC 부산총회 개최 등 산적한 현안을 안고 있다. NCCK 총회 마지막 날인 20일 임기 1년의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대한성공회 김근상(金根祥·60) 의장주교의 어깨가 무겁다. 그는 이날 서울 정동에서 열린 취임 회견에서 "그동안 교회가 너무 야단을 안 맞았다. 교회의 공적 사명을 망치는 모든 것에 제동을 걸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불행하게도 사회와 역사가 교회에 거는 기대가 크게 훼손되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스스로 존재 가치와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되묻고, 거기에 충실해져야 합니다. 여러 교단과 여러 목소리, 여러 기대를 모아서 조정하고 설득해 나가는 일에 주력하겠습니다."

김 회장은 우선 "교회가 '돈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인들이 낸 헌금을 소중히 여기고 이웃 돕는 좋은 일에 쓰면 왜 세금 내라고 하겠습니까. 사실 소득세도 못 내는 수준의 적은 사례비를 받는 가난한 목회자가 전체의 80%를 넘습니다. 헌금이 얼마인지 목회자는 얼마를 받는지 투명해져야 합니다. 그러면 세금 내는 사람도 떳떳하고 못 내는 사람도 부끄럽지 않지요. 그런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벌여갈 생각입니다."

최근 사회적 주목을 받은 교회 대물림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신앙이 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목회자들은 내가 왕이 되고, 재물과 권력을 소유하는 '나라'를 꿈꿔오지 않았는지, 그것을 위해 교회를 세운 게 아닌가 돌아봐야 합니다. 제대로 된 신앙을 회복하고 올바른 사례들을 부각시켜 그런 꿈을 꾸는 사람들이 부끄럽게 해야지요."

김 회장은 "WCC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보수 진보의 편 가름을 뛰어넘어 폭넓게 여러 교회와 목회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 장치도 마련 중"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분단으로 고통받는 이웃을 살피고, 130년 한국교회 역사를 담은 '기독교 역사박물관'(가칭) 작업도 진척시키고 싶다"고도 했다.

김 회장은 서강대 화학과와 가톨릭대 신학과, 성공회대 대학원을 나와 1980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서울교구 교무국장, NCCK 부회장 등을 지냈고, 현재 세계성공회 종교간대화위원회(NIFCON) 의장 등을 맡고 있다. NCCK 회장직은 9개 회원 교단이 순번제로 맡으며, 임기는 1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