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만 연구했죠, 늙을 틈도 없이"

"할머니는 항상 제게 '얼굴은 세상에서 딱 하나밖에 없다. 다른 데 투자하지 말고 얼굴에 신경 쓰라'고 하셨어요. '1분만 내면 누구나 한결 더 예뻐질 수 있다. 1분의 여유를 잊지 마라'고도 하셨죠."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화장품 브랜드 '오리진스(Origins)'의 제인 로더(Lauder·39) 대표는 '에스티 로더' 그룹의 창업주 고(故) 에스티 로더의 손녀딸이다. 미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하고 1996년 에스티 로더 그룹에 입사, 2008년부터 오리진스 총괄 대표를 맡았다.

최근 신제품 발표에 맞춰 한국을 방문한 로더 대표를 서울 강남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화사한 초록빛 옷을 입고 인사를 건넸다. "색이 환한 옷을 입으라는 것도 할머니의 가르침 중 하나예요. 기왕이면 얼굴을 밝혀주는 빛깔의 옷을 고르라고 늘 말씀하셨죠."

화장품 업계에서만 16년 정도 일해온 그는 "줄곧 여성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면서 살아왔다"고 했다. "얼굴색을 환하게 바꾸는 법, 주름을 개선하는 비법에 대해 늘 연구하고 생각하죠. 신제품이 매일 책상에 올라오고 저는 소비자의 마음으로 끊임없이 발라봐요. 그 과정이 워낙 재미있어서 늙을 틈도 없어요(웃음)."

로더 대표는 또 "이번에 내놓은 신제품은 연구기간만 5년 걸렸다"며 "100여명의 식물학자가 세계를 돌면서 채취한 희귀한 원료들을 미국 본사 실험실에 갖다 놓고 성분을 추출·배합하는 일만 500번도 넘게 했다"고 했다. "500여종의 혼합성분 중 12가지를 추려 제품으로 만들어요. 이번엔 아프리카 가나공화국에서 자생하는 아노게이시스라는 희귀한 나무에서 원료를 추출해 배합했죠."

로더 대표는 "아무리 좋은 제품도 바르는 방법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자 앞에서 각질 제거제를 꺼내더니 한쪽 손등에만 문질러 바른 다음 씻어냈다. "이제 크림을 양손에 발라볼게요. 제품 흡수 속도가 확실히 다르죠?" 실제로 크림은 각질 제거를 한 손등에서 한결 빠르게 흡수됐다. 로더 대표는 "전 그래서 일주일에 꼭 2~3번은 각질 제거를 한다"며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몇초만 더 투자해도 누구나 더 아름다워질 수 있어요. 아이 크림 바르는 데는 2초도 걸리지 않지만, 눈가 노화를 막는 덴 그보다 확실한 방법이 없죠. 잠깐만 여유를 내세요. 어제보다 오늘이 더 밝아진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