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부양 콘크리트 블록들, 배려·여백의 미학 품다

이 건물, 볼수록 기이하다. 크고 작은 노출 콘크리트 상자가 마치 세포분열하듯 사방으로 다닥다닥 매달려 있다. 그 네모 상자는 서쪽 동에선 계단식으로 차곡차곡 올라가고, 동쪽 동에선 역(逆)계단식으로 얼기설기 붙어 있다. 서쪽 동은 동쪽 동에 밀려나고, 동쪽 동은 서쪽 동을 밀어내는 형상이다.

이 종잡을 수 없는 건물은 지난해 9월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에 완공된 특수조명회사 폴라리온의 사옥(社屋) '폴라리온 스퀘어'다. 건축가 김창길(44·삼정환경건축사사무소 대표·사진)씨가 설계해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경기도 건축문화상 대상 등을 받았다.

통상 사옥의 '운명'은 효율성과 기능성을 위해 디자인은 양보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폴라리온 스퀘어'의 건축주는 건축가에게 "평범치 않은 건물을 원한다"며 자기가 직접 그린 '땅속 피라미드 빌딩' 도면을 내밀었다고 한다. 비현실적인 제안에 용기를 얻은 건 오히려 건축가였다. "사옥은 어디에 있고, 누가 들어와 지냅니까?" "10여개 협력업체 직원들을 입주시킬 거예요. 건물 뒤엔 주민공원이 하나 있고요."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게 세포분열하듯 매달린 네모 상자 수십개의 건물 외관이다. "입주할 협력업체마다 필요한 사무실 면적이 다르더라고요. 업무에 필요한 최소 공간을 260㎝×280㎝짜리 셀(cell·세포) 단위로 삼고 필요에 따라 넣고 뺐죠. 사무실 크기가 전부 다르다 보니 불필요하게 남는 공간도 없앨 수 있었어요." 중력을 무시하듯 매달린 박스들을 붙잡아주는 건 서쪽 동 앞쪽과 뒤쪽에 각각 하나씩, 동쪽 동 뒤쪽에 하나 서있는 계단실 중심축. 레고를 결합한 듯한 역동적인 외관은 차분한 느낌의 노출 콘크리트가 잠재웠다.

사옥 터 뒤쪽 주민공원은 건물을 동서(東西) 두 개 동으로 분리시키는 중요한 이유가 됐다. 폴라리온 스퀘어와 마주할 아파트·상가 입주민들을 위해 건축가가 "공원을 가리면 안 된다. 건물 한가운데를 무조건 비워야 한다"고 주장한 것. 다행히 건축주는 기꺼이 받아들였고, 빈 공간을 다 채웠으면 얻게 됐을 용적률 60%가량을 포기했다. 덕분에 "건물 때문에 경관을 잃었다"는 주민들 원망을 듣지 않게 됐고, 사옥 디자인은 더욱 드라마틱하게 완성됐다.

지상 8층, 지하 1층의 연면적 6675㎡(2000여평). 아낌없이 탈탈 털어낸 사옥은 공장과 사무실, 근린생활시설로 쓰인다. 건축가는 특이하게도 동동(東棟) 맨 꼭대기의 사장실을 빼곤 건물 앞면과 뒷면에 창을 최대한 적고 좁게 내되, 두 동이 마주한 면에는 통창에 가까운 커다란 유리창을 달았다. "자칫 갑을(甲乙) 관계가 되기 쉬운 본사와 협력업체를 사무실에서 언제든 마주 보며 소통할 수 있게 한 것"이란다. 건물 꼭대기의 거대한 천장도 '두 동을 연결하는 옥상정원이 있어야 한다'는 건축가의 뜻이 반영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