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4~5년간 경제 성장률 年2.5% 안팎 그칠 것"

한국 경제가 앞으로 4~5년간 연 2% 중반 수준의 저성장에 머물 것이라고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나섰다. 21일 니어재단과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I), 중국사회과학원이 공동 주최한 '동아시아 경제 전망과 한국 경제정책의 과제' 토론회에서 최공필 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은 "내년 이후 한국 경제는 연간 2.5% 안팎의 저성장을 하는 불황을 겪을 것"이라며 "불황 지속 기간도 이제까지 경기 변동에서 경험하지 못한 4∼5년의 장기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 있으면 추가 정책 노력 없이도 우리 경제가 연간 2%대의 성장은 달성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환율·금리·자산 가격이 함께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진 상황에서는 이것도 불확실하다"고도 했다. 우리 경제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노무라증권 등 일부 외국계 금융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3%대 초반에서 형성돼 있다. 최 위원의 전망치는 이보다 한층 비관적인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내년 한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어느 때보다 크다"며 "금융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가계 부채 문제가 경제 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관망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미국도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전에 정부가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그 수준이 미진해서 일이 터졌다"며 "국내 가계 부채 문제 역시 정부와 금융계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다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가계 부채 문제는 이미 개별 은행이나 금융기관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마사히로 가와이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장은 "일본의 전례를 보면 부동산 침체와 과도한 가계 부채 문제가 생기면 금융시스템과 거시경제에 위기를 가져오는 방향으로 전이가 빠르다"면서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과 많은 가계 부채가 한국 경제의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는 만큼 주의 깊은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