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파는 것만 팔았다" 작은 기업들의 수출신화

우리나라가 세계 8대 무역강국으로 도약하는 바탕엔 작지만 강한 '수출 강소(强小) 기업'들이 있다.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기업이다. 이들은 어떻게 세계 시장을 사로잡았을까.

◇틈새시장에서 세계 최고 기술

유일기연은 고무 재질로 물막이를 하는 고무보와 무동력 게이트를 생산하는 회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수출액이 4300만달러. 전년 대비 357% 신장했다.

유일기연은 요즘 미국 몬태나주 레인보댐의 소수력(小水力) 발전공사를 하고 있다. 댐에 인공 저수시설인 보(洑)를 설치해 인근 2만5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이재혁 대표는 "작은 규모의 댐을 만들 땐 콘크리트 댐이나 기존의 철판보보다 고무보가 비용이나 작업 효율 등 여러 가지로 유리하다"며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 시장에서 최고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일기연은 1989년 설립됐다. 국내 최초로 고무보 기술을 도입해 친환경 저수공간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

움직일 수 있는 가동보를 적용해 자연재해도 줄이고 수자원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서울 양재천, 경기 안양천, 화성 시화호 등 전국 170여기의 고무보를 시공하면서 국내 최고가 됐다. 국내 시장이 포화되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07년 필리핀 리가오시에 고무보 2기를 처음 수출했다. 이어 올해까지 해외에서 9기의 고무보 공사를 맡았다.

이 대표는 "수출의 핵심은 고객사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라며 "한번 써본 해외 고객들은 편리한 설치와 간단한 조작으로 수자원을 지키고, 수량을 조절할 수 있는 데 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 걱정도 없다

베트올은 애완견 등 반려동물의 질병진단 키트를 판매한다. 애완동물의 혈액이나 분비물을 떨어뜨린 후 키트의 반응을 통해 애완동물의 질병 유무를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143만달러를 수출했다. 전년 대비 193% 신장했다. 경쟁력의 핵심은 남들이 잘 안 하는 특이 아이템. 특히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시장에서 최고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미 대표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에서 약리독성학 박사를 받은 연구원 출신이다. 세계 최초로 자궁경부암 진단용 유전자 칩을 개발하기도 했다. 베트올은 개 심장사상충, 개 홍역, 개 장염 등을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을 연이어 개발했다. 전체 매출 중 97%에 달하는 물량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전 세계 반려동물 시장에서 75%를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반응이 좋다. 김정미 대표는 "고객들의 모든 질문과 요청사항을 24시간 안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서비스 품질을 높였다"고 말했다.

◇금속으로 지붕을 만든 아이디어

동양산기는 건축물의 지붕재료로 쓰이는 금속기와(stone coated roof tile)를 만든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393만달러를 수출해 273% 신장률을 보였다. 2005년 자본금 5억원으로 시작했다. 일반 프레스로 찍어내는 금속기와와 달리 전용 성형기(roof tile machine)를 개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확보했다. 김두수 대표는 "내구성도 좋고 돌가루 마감으로 외형도 아름답다"며 "금속기와는 틈새시장이지만 매년 25%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냐·가나 등 수출 시장을 더 넓혀 나가는 중이다.

무역협회 최원호 마케팅지원실장은 "가격경쟁력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중소기업들이 선진국의 틈새시장에서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