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야 놀~자] '재정절벽'이 뭐기에 그렇게 걱정하나요?

오바마, 당선 기뻐할 틈도 없이… '재정절벽' 위기〈조선일보 2012년 11월 9일자 A3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면서 개장한 미국 증시는 폭락했다. 재선으로 정치의 불확실성이 걷히자 발밑에 있던 재정절벽(fiscal cliff·급격한 재정 지출 축소와 증세로 인한 경제 충격)이 다시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각) 미 증시는 다우 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각각 2.4% 급락했다. 3개월 만의 최저치로, 낙폭은 약 1년 만에 가장 컸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요즘 유럽 재정위기와 더불어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 문제가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또 다른 위험요인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재정절벽 위험이 닥치기 전에 주식시장을 떠나라"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재정절벽이 무엇이고, 이 용어가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그리고 재정절벽 위험이 현실화되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재정절벽이 무엇인가요?

재정절벽은 정부의 재정 지출이 갑작스럽게 줄거나 중단돼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을 절벽(cliff)에 빗대어 표현한 경제 용어입니다. 정부 지출이 마치 벼랑 끝에서 뚝 떨어지듯 갑자기 줄어들어 경제가 절벽에서 추락하듯 큰 충격을 받는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 용어는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 알렉 필립스가 2011년 10월에 쓴 '수퍼위원회와 재정절벽'이라는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했습니다. 내년부터 시행될 미 연방정부의 예산 감축과 각종 경기 부양책의 종료가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버냉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2월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에 출석해 이 용어를 인용하면서 재정절벽이란 말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정부의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은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려 왔습니다. 그 결과 미국의 국가채무는 올 10월 말 현재 16조20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불어났습니다. 매년 지불하는 이자만 2000억달러(약 220조원)에 이릅니다. 이 같은 엄청난 규모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미 의회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부 지출을 감축하는 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예산통제법(Budget Control Act)'으로 불리는 이 재정 건전화 방안이 내년부터 시행되면 2021년까지 매년 연방정부의 예산을 1000억달러 이상 자동 삭감하고, 향후 10년간 재정적자를 1조2000억달러 줄여야 합니다. 이렇게 연방정부의 지출이 갑자기 줄어들면 정부의 재정 지원에 크게 의존해 온 미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내년부터는 미국이 그동안 시행해 온 각종 경기 부양책과 세금 감면 혜택의 시한이 만료됩니다. 특히,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시행해온 소득세와 자본이득세에 대한 감세(減稅) 혜택이 종료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 소비자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이 줄어들어 소비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정절벽이 현실화되면 얼마나 큰 충격이 올까요?

주요 연구기관들은 재정절벽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내년도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이 재정절벽을 피하지 못하면 2013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연간 성장률은 1%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미 의회예산국(CBO)의 전망은 더 비관적입니다. 재정절벽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국내총생산이 0.5% 감소하고 20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률이 다시 9%대(10월 현재 7.9%)로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재정절벽이 현실화되면 금융시장도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금 인상과 재정 긴축으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줄어들면 기업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업 실적이 부진하면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또 주식투자 수익에 부과되는 자본이득세율의 인상에 앞서 투자자들이 주식을 미리 팔아치우려 한다면 주가가 미리 떨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의 재정절벽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2011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금액 중 미국으로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달합니다. 미국의 내수 경기가 위축되면 우리나라도 수출이 줄어들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재정절벽 문제의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많은 전문가는 미국의 재정절벽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 의회가 세금 감면 시한을 연장하거나 관련 법안을 개정해야 하는데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치적 대립으로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양당은 예정된 재정 긴축을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지만,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 차이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 혜택을 연장할 것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른바 '부자 증세' 논란입니다. 민주당은 소득세 감면을 중산층에만 1년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습니다. 연소득 25만달러 이하인 가구에는 계속 소득세를 감면해 주자는 것입니다. 대신 부유층에 대한 감세를 폐지해 세금 수입을 늘리고, 이를 교육, 환경 등에 투자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취지입니다. 반면 공화당은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가구의 소득세를 감면해 줘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고소득층에도 감세 혜택을 연장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것입니다.

이번에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미 연방 상하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시 하원의 다수의석을 차지함으로써 미국의 여야 정치권이 재정절벽 문제를 논의하는 데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큽니다.

그렇지만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미국의 정치인들도 상황이 파국으로 갔을 때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여야 지도부가 재정 건전화 방안의 시행을 몇 개월 미루는 법안에 합의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결국 이렇게 시간을 벌어 놓고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절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야 합의가 도출돼 재정절벽 위기를 일단 넘긴다 해도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경제 회복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재정 건전화는 더욱 미뤄지고, 미래에는 더 높은 강도의 재정 긴축이 필요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

주식·채권과 같은 금융상품이나 부동산 등 자본 자산(capital asset)을 팔 때 생기는 이익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개인의 소득수준에 따라 0~15%의 자본이득세율을 적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을 팔 때 생기는 이익은 양도소득세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징수하지만, 주식투자상품에 대해서는 아직 자본이득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퀴즈

정부의 재정지출과 세금감면 혜택이 갑자기 줄거나 중단됨에 따라 경기가 급락하는 상황을 절벽에 빗대어 ○○○○이라고 합니다.

▲응모 요령: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11월 28일(수) 오후 5시 마감, 11월 30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지난 회 정답 : 기업어음〉

도서문화상품권 당첨자(강미란 김명숙 김인옥 김진수 남태규 민홍석 박미경 박용원 방숙섭 성원양 손원자 송인서 송효정 신상은 심완섭 이연희 이인동 이재효 이진우 이현옥 정지아 조순일 최기태 최영기 하연우)

자본시장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
기사 문의는 (02)3771-0631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