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비빔밥·삼계탕, K­푸드 맛보기 음식으로 최고죠"

케이팝(K-Pop), 드라마, 전자제품 등 한국의 문화·산업 콘텐츠가 인기를 누리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에 발맞춰 한식재단(이사장 양일선)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신 메뉴 개발, 현지 홍보 강화 등 '케이푸드(K-Food)' 저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재단은 지난 18일 요리 강국 프랑스의 트렌드 전문가와 언론인 등을 초청해 대담회를 열고 한식 세계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프랑스의 대표적 트렌드 정보회사 '넬리로디(Nelly Rodi)'의 벵상 그레고와르(48) 이사는 네슬레, 하겐다즈 등 세계적인 식품회사의 자문을 맡아왔다. 프랑스 월간지 엘르(Elle)의 다니엘 제르켄(39) 기자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하나를 받은 레스토랑 '아르페지오'의 요리사 출신 언론인이다.

◇비빔밥·삼계탕으로 시작, 발효음식으로

15년 전부터 한식을 즐기고 있는 그레고와르씨는 한식을 '시도'하긴 어렵지만, 일단 먹어보면 빠져드는 음식이라고 평했다.

―한식의 강점은 무엇인가.

"흔히 유럽에 음식 종류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한식이야말로 국, 찌개, 찜, 구이 등 다양한 메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좋아하거나 입에 맞는 음식을 선택할 수 있다. '한식은 발효 음식이 많고 맵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도 그들에게 맞는 음식을 통해 한식에 '입문'하게 할 수 있다."

―어떤 음식이 '입문'하기 좋은 요리인가.

"비빔밥이다. 기호에 맞게 이것저것 넣어 먹을 수 있다. 마치 손님이 요리사가 된 느낌을 준다. 삼계탕은 서양인들에게 '마법사의 솥에 펄펄 끓는 묘약'을 연상시킨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음식이 건강에도 좋다는 방식으로 알려 나가야 한다. 거부감이 없는 음식으로 시작해 각종 발효 음식 등으로 뻗어나가는 방식이다."

―'한상 차림'이 서양인에겐 불편하지 않나.

"프랑스에서 한식 설문조사를 했더니 한상 차림 형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식의 코드는 오붓하게 음식을 나눠 먹는 화목함이다. 프랑스엔 '코드가 없으면 가치가 없다'는 말이 있다. 전채요리-주요리-디저트 방식은 유럽 문화일 뿐이다."

―고급 한정식 이외의 요리는 어떤가.

"명동 거리에서 닭 강정과 호떡도 먹어봤다. 유럽인들도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문화를 안다. 한국 길거리 음식을 '빨리빨리 푸드'라고 명명하면 어떨까. 어감도 새롭고 음식에 스토리를 가미할 수 있다. 식당이 엄숙할 필요는 없다. 동양의 젠(선·禪)을 느끼고 싶다면 일식당에 가면 된다. 한국은 역동적인 나라다.

◇K-Pop 힘입어 한식 관심도 고조

전 세계를 다니며 각국의 음식 문화를 취재해 온 제르켄씨는 "최근 유럽에서 한식 관련 프로그램이 편성되고 쿠킹클래스가 인기를 누리는 등 한식 세계화에 매우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어떤 점에서 유리한가.

"프랑스에서만 연간 2000여종의 요리책이 출간될 정도로 새로운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식은 건강식이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이국적이고 먹는 방식까지 독특한 한식이 관심을 받고 있다."

―아직은 한식 인지도가 높지 않은 것 같다.

"지금까진 중식·일식이 많이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중식은 식재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일식은 너무 비싸고 차가운 느낌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일식집을 중국인들이 운영하고 있다. 새롭기도 하며 신뢰할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문화에 대한 관심이 한식으로 이어지나.

"K팝의 인기로 한국의 디자인, 화장품, 음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 대해 호의적이고, 한국적인 것을 일부러 찾는다. 프랑스 대학의 한국어과 지원자가 최근 2~3년 새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금이 세계인에게 한식을 알릴 적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