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벗어난 스테인드글라스, 이젠 대중의 예술"

"예를 들면 베를린대 법학도서관이나 쾰른 대성당 같은 곳이요. 잘츠부르크공항이나 시애틀공항도 꼽을 수 있지요. 그냥 창이 아니고, 그냥 벽이 아니고, 건물이 유리를 통해 스며든 빛으로 '메시지'를 갖는 곳. 벤치와 바닥에도 그림과 빛이 어우러져 사람을 위한 의미 있는 공간이 되는 곳."

가톨릭조형예술연구소장 조광호(65·사진) 신부에게 '인상깊었던 스테인드글라스(유리화)'를 물었더니 그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리화'에 관해 말했다. 조 신부는 독일 뉘른베르크 쿤스트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 학장을 지낸 '예술가 신부님'. 단일 평면 유리화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부산 남천동 주교좌성당 유리화(60×30m)을 비롯해 숙명여대 박물관 로비 유리화(10×10m), 구(舊)서울역사 로비 천장 등의 대형 유리화와 제단 벽화 등이 그의 솜씨다.

조 신부는 다음 달 12일부터 서울 인사동 노암갤러리에서 '빛의 화가'로 널리 알려진 재불(在佛) 화가 방혜자(75) 선생과 함께 유리화 전시도 연다. 두 사람이 각각 10여점의 유리화를 선보인다. 지난 3월에는 '아트 스테인드글라스 네거티브 레이어 기법'으로 특허를 따냈다. 색유리 조각을 납선으로 이어붙이던 전통적 유리화 기법을 뛰어넘어 이미지의 배경 색상까지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 친환경적 기법이다.

그가 올해 초 교수직을 은퇴한 뒤 머물고 있는 인천 옥련동 가톨릭조형예술연구소를 24일 찾았다. 일반 회화 스튜디오, 각도를 조절해가며 작업할 수 있는 대형 작업대, 700도의 고열로 유리그림을 구워내는 가마 등이 모두 갖춰져 있다. 암호 같은 숫자가 붙은 색색깔의 염료 서랍장들, 여기저기 작업 중간 단계의 작품들 덕에 마치 '유리와 색의 미로' 속에 들어온 것 같다.

조 신부는 "기본적으로 예술은 그 시대, 그 사회가 가진 영성(spirituality)의 표현"이라며 "세계적으로 스테인드글라스는 더 이상 성당 벽에 갇힌 종교예술이 아니라 '건축 예술 유리(architectural art glass)'로서 표현의 폭을 넓히고 있다"고 했다. "내년 초에는 건축가들의 요청으로 '건축적 예술유리'에 대한 세미나와 워크숍도 열어요. 공방은 종교와 상관없이 실력과 열정을 갖춘 전문가에게 개방하려고요. 대중과의 접점을 조금씩 넓히려는 거지요."